유족회, 올해 행사도 ‘잠들지 않는 남도’ 금지 행정 조치 강력 반발
27일 원희룡 도지사 주재 회의서 “부르지 못하는 이유 뭐냐” 비판

올해 열리는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도 대표적인 4·3추모곡인 ‘잠들지 않는 남도’를 들을 수 없게 되면서 아직도 제주도정이 중앙정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와 4·3실무위원회가 추모곡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제외한 이유와 관련해 내년에 치러지는 제70주년 추념식을 위한 ‘한 발 후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제주도청 한라홀에서 원희룡 도지사 주재로 열린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 준비상황보고회’에서 유족회 등은 올해에도 추모곡 ‘잠들지 않는 남도’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아쉬운 입장을 드러냈다.

양성주 4·3유족회 사무처장은 “저번 2차 보고회에서 심의 의결된 사항으로 합창곡 두 곡을 이야기 했다가 ‘잠들지 않는 남도’는 제외했는데 결정이 왜 변경된 건지 알려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중흥 4.3행방불명인협의회장도 “왜 추모곡을 부를 수 없냐.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고 비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빛이 되소서’와 ‘잠들지 않는 남도’를 두고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쳤고, 여러 단체 등에서 찬·반 의견이 있어 올해는 ‘빛이 되소서’ 한곡으로 선정했다”며 “내년도에 추모곡을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는 점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답했다.

홍성수 제주4·3실무위원회 부위원장은 “‘1보 진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말이 있듯이 올해는 그냥 지나가는 것으로 했다”며 “일단 69주년에는 70주년을 대비해 ‘빛이 되소서’ 한 곡만 부르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문현 직전 제주4·3유족회장은 “그 자체가 실망스럽다. 정부가 우리 유족들을 어떻게 평가를 하고 있으면 추모곡 하나도 못 부르게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4·3추념식 행사에 한 번도 VIP(정부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정부가 제주도를 홀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두연 전 제주4·3유족회장은 “그 동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통령이 4.3추념식에 온 적이 있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도 오지 않고, 매번 국무총리, 장관만 왔다”며 “일주일 남았는데 총리가 오는 건지 확답을 받았냐. 이럴 거면 차라리 제주도가 주체가 돼서 행사를 주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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