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타바르카(Tabarka)

▲ 레제귀예(Les Aiguilles, 바늘·뾰족탑)

내가 활동했던 튀니지국립도서관 직원들에게 튀니지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관광명소를 물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지역이 ‘타바르카’였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타바르카가 알제리 국경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지역이어서 외국인이 혼자 여행하기에는 위험해 좀처럼 기회를 갖지 못 하고 있었다. [편집자 주]

▲ 따바르카 항구 방향표시판

▲어렵게 떠난 여행

타바르카는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여행자제 지역으로 고지한 지역이다. 때문에 한국국제협력단 튀니지사무소에서도 여행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국제협력단 단원 활동 종료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았을 때, 다시 튀니지사무소에 지방여행을 신청했더니 허락이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뱁사둔에 있는 북부버스터미널 갔다. 뱁사둔북부터미널은 내가 살았던 바르도(지명이름)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었다.

도착해보니 신트리 국영버스는 7시30분에 출발해버렸고 다음 버스는 10시에 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위험하기로 유명한 르와지(Louage, 8인승 소형 승합차)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르와지는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는 튀니지의 동력이다. 르와지는 버스도 아니고 택시도 아니다. 정원이 다채워지면 출발하는 대중교통이다.

예를 들어 급한 일이 있을 경우에 4명이 탑승해 있는 상태에서 나머지 4명의 몫을 지불하겠다고 하면 출발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8명이 다 탈 때까지 1시간이상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운전기사 뒷자리가 좋다.

차비는 출발할 때 내는 것이 아니라 도착지에 다다를 무렵에 낸다. 이때 맨 뒤에 앉은 사람이 앞에 앉은 사람에게 돈을 건네면 그 사람은 다시 기사에게 돈을 준다. 엄청나게 과속을 하지만 튀니지 사람

들은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어쨌든 나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튀니지에서 자유여행을 할 경우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 타바르카의 기념품점
▲ 타바르카의 기념품점
▲ 레제귀예(Les Aiguilles, 바늘·뾰족탑)
▲ 풍화작용으로 생긴 동굴 레제귀예

▲베르베르족과 아랍족의 마지막 전쟁터

신트리 국영버스를 타면 3시간 2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 약 2시간 30분 만에 타바르카에 도착했다. 튀니스(튀니지의 수도)에서 북서쪽으로 175km 떨어진 타바르카는 젠두바 주에 있는 도시다.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국가인 알제리에서 불과 22km 떨어진 튀니지의 북부 해안에 위치해 있어서 한국 외교부는 여행 자제지역으로 정하고 있다.

타바르카는 베르베르부터 페니키아, 로마, 반달족, 아랍,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만 터키, 프랑스를 포함해 수많은 문명이 거쳐 간 곳이다. 702년 베르베르 족 카히나(Kahina) 여왕이 아랍의 침략에 맞서싸우다가 생포돼 참살된 베르베르족과 아랍족의 마지막 전쟁터였다고 한다.

▲ 타바르카 도시 풍경
▲ 타바르카 해안가
▲ 타바르카 해수욕장
▲ 타바르카 해안풍경

▲신이 조각한 암석

르와지에서 내려 근처를 어슬렁거리는데 사람들이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곳에 생각지도 못한 한국인이 나타났기 때문일 테다. 목이 말라 아탈(구멍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면서 제노바 요새(Genoese Fort)와 해안가의 기암괴석인 ‘레제귀예(Les Aiguilles, 바늘·뾰족탑)’에 가려면 택시를 어느 방향에서 타야하는지 물어보았더니 주인이 걸어서 가면 된다고 했다.

걸어가면서 본 거리에는 튀니지의 전통적인 아랍풍의 건물들이 아니었다. 모두 프랑스 건축양식들이다. 기념품을 파는 노점과 재래시장을 구경하면서 조금 걸어가자 해안이 나왔다. 멀리, 돌산위에는 16세기에 축조된 제노바 요새가 보이고 해안가에 레제귀예가 보였다.

먼저 레제귀예를 보기 위해 해안가 방향으로 걸어갔다. 레제귀예는 거대한 암석이 풍화작용을 받아, 마차가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굴이 뚫렸다. 바늘처럼 삐죽삐죽한 바늘바위들의 모습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 제노바 요새(Genoese Fort)
▲ 제노바 요새(Genoese Fort)
▲ 제노바 요새(Genoese Fort)
▲ 제노바 요새(Genoese Fort)
▲ 제노바 요새(Genoese Fort)

▲원래는 섬이었던 제노바 요새

‘레제귀예’에서 나와 제노바 요새에 올라가려고 택시를 탔더니 5디나르(3000원)을 받는다. 제노바 요새의 성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성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오토바이가 올라오더니 성문을 여는 것이다. 얼른 달려가서 인사를 하고 포트 내부를 볼 수 없느냐고 했더니 요새 내부는 개방이 안 된다면서 성문을 닫다가 바로 나와서 “엔티 꾸리(너 한국사람)”라고 했다. 나는 얼른 가슴에 달고 있는 튀니지 국기와 태극기 배지를 보여주면서 튀니지 외교부에서 발행한 거주 증을 보여주었더니 내 손을 덥석 잡으면서 “니차르프 니차르프(반갑다)”고 했다.

관리인은 문을 닫으면서 언뜻 내 가슴에 달린 태극기를 봤다고 한다. 자기는 제노바 포트의 관리인인데 태권도를 배운다는 것이다. 타바르카에도 태권도 도장이 있다면서 “후야! 후야(형제)!”하면서 나를 형제처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면서 성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환대와 안내를 받았다.

제노바 요새는 원래 섬이었으나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400m 둑길을 놓아 본토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내부는 육안으로도 서로 다른 두개의 축조기술이 보였다. 하나는 기독교적 흔적이고 하나는 오스만 터키의 흔적이다. 제노바 요새가 있는 타바르카는 지금의 알제리 수도 알제(Algiers)와 더불어 16세기 초부터 19세기 초까지 약 300년 동안 전 유럽을 상대로 약탈과 파괴를 일삼던 이슬람 해적 집단인 바르바리 해적(Barbary)들의 본거지였다. 이들은 주로 약탈 지역 주민을 납치해 노예시장에 내다 팔았다. 제노바 요새의 성곽은 원래 산 정상 전체를 둘러 싸여 있었는데 지금은 외부 성곽은 잔해만남았다. 이 성에서 보이는 바다는 지중해이며 바다 건너는 스페인이다.

▲ 국제재즈페스티벌(International Jazz Festival)의 상징물

▲초대 대통령의 동상에 끊이지 않는 발길

제노바 요새(Genoese Fort)에서 나와 시내로 향하는데 로터리 한가운데 커다란 첼로 조각상이 있었다. 타바르카는 매년 열리는 유명한 국제재즈페스티벌(International Jazz Festival)의 상징물이다. 재즈(Jazz)는 미국 뉴올리언스(New Orleans)의 아프리카 계 미국인들사이에서 유래 된 음악 장르 이지만 튀니지인들은 재즈와 관련성은 없다. 단지 튀니지는 여름밤 만 되면 지방마다 로마의 원형경기장이나 원형극장에서 각종 세계적인 음악 축제들로 나라 전체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다시 거리를 구경하며 튀니스로 귀가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튀니지 독립영웅이자 초대대통령인 ‘하비브부르기바’(Habib Bourguiba) 동상을 만났다. ‘하비브 부르기바’ 대통령이 말년을 타바르카에서 지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앞서 28회 연재에서 모나스티르라는 지역에는 초대 대통령의 영묘가 있어 참배하려는 튀니지 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썼는데, 이곳 타바르카도 튀니지 사람들이 반드시 찾는 중요한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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