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아무리 늙지 않으려고 별별 짓을 다해도 사람은 세월 따라 늙어간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예비 노인’이다. 젊음 그 자체는 과도기적 현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은 그 과도기적 현상에 매몰되어 늙는다는 것이 남들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을 멀리하는 오늘의 세태도 바로 이런 착각의 결과일 뿐이다.

잠깐 사이에 자신들도 노인일 수밖에 없는데,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 4?5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의 한 인사의 노인 폄하 발언은 한마디로 망발이다.

▶늙는다는 것에는 윤리적인 의미가 없다. 그것은 운명이다. 근동지방의 주요 문헌인 ‘길가메시 서사시’의 한 토막이 그것을 말해준다. 영생을 찾아 헤매던 ‘길가메시’는 결국 영생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행복의 나라에서 한 식물을 얻는다.

이름하여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젊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아이러니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가 그 젊음의 식물을 먹기 전에 잠깐 목욕하는 동안 뱀이 그것을 삼켜 버린다. 만일 그 때 그가 그 식물을 먹었다면…. 역시 실패는 운명이다.

▶우리 고장이 1966년이래 ‘장수의 섬’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장수의 섬’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노인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실천적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육체적으로 쇠약하다.

경제적으로 풍부하지 못한 못하다. 그리하여 젊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으면서도, 무위와 고독과 절망과 싸워가며 살아가는 오늘의 노인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노인 문제는 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을 출발점으로 해야 한다. 어떤 시책을 놓고 ‘노인에게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낡은 발상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어떤 노인 대책도 사회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써 마땅히 누려야 할 ‘시민 복지권’이다. 노인 문제는 한낱 복지 사회의 장식품이 아니다. 분배의 논리와 함께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생존권적 문제로 봐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