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신 연구사의 제주식물이야기
(40)사위질빵과 참으아리

▲ 미나리아재비과(科) 으아리속(Clematis)에 속하는 덩굴성인 식물인 사위질빵은 작은 잎 가장자리에 톱니를 가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생명이 없는 돌담과 단색의 나무를 장식해주는 하얀 꽃들이 있다. 이른 봄부터 조금씩 하늘을 향해 올라오다가 이제는 돌담정상에서 꽃을 펼쳐 놓고 한숨을 돌리는 듯 쉬고 있는 참으아리와 이 보다는 더 큰 나무를 쫓아 조금은 더 높은 곳에 자리잡은 사위질빵, 이 덩굴식물들은 한여름 무더위도 잠시 잊게 해주는 공간의 장식자를 자처하는 식물들이다.

참으아리와 사위질빵은 미나리아재비과(科) 으아리속(Clematis)에 속하는 덩굴성인 식물이다. 미나리아재비과에는 대부분이 초본식물이 속하고 있는데, 이 으아리속의 일부 종류들은 덩굴성이면서 목본식물로 구분을 한다. 국내에 여러 종류들이 있는데 참으아리, 사위질빵처럼 저지대에 흔하게 자라는 종류를 비롯하여 병조회풀이나 할미밀망, 검종덩굴처럼 고산지역에 자라는 종류들도 있다. 제주지역에는 으아리속에 으아리, 참으아리, 사위질빵, 세잎종덩굴(누른종덩굴) 등이 분포하고 있다.

덩굴식물들은 생존전략상 다른 식물이나 물체 등에 의지해 자라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성장과 더불어 나름대로의 휘감는 기술을 가져한 한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아는 호박, 수박 등 박과(科)식물들의 경우는 덩굴손이 발달하기도 하며, 청미래덩굴이나 푼지나무처럼 가시를 가지고 있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기능을 보강하기도 한다. 이에 비하면 으아리나 사위질빵은 잘 끊어지는 경향이 있고 다소 좀 느슨해 보이고 나약해 보일 때가 많다. 으아리속의 감기방식은 덩굴손과 유사한데, 어린잎의 잎자루가 유연하게 휘어지면서 다른 물체를 감아 자신을 고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른 식물이나 물체를 감기도 하지만 어느정도 정착이 되면 먼저 자란 자신의 줄기를 감기도 하여 더욱 견고함을 유지하게 된다.

▲ 참으아리

참으아리와 사위질빵은 비슷하게 생긴 꽃과 덩굴식물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구분이 어려울 수 도 있지만 잎을 유심하게 살펴보면 차이점을 오히려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두 종류는 3장 또는 5장의 소엽으로 구성되어 있어 하나의 작은 잎(소엽)의 가장자리를 살펴보면 사위질빵은 톱니가 있고 참으아리는 거의 매끈해 차이가 있다. 잎이 없을 때도 구분이 가능하기는 한데 줄기를 보면 사위질빵은 세로로 능선이 있어 구분을 하기도 한다. 또한 꽃이 피는 기시에는 꽃대에 달려있는 꽃의 수가 사위질빵은 10개정도이고 참으아리는 30개까지 달려 풍성함에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꽃의 구조를 보면 일반적인 식물들과는 달리 꽃잎이 없고 꽃받침 잎이 그 역할을 하고 있어 특이하다.

두 종류의 구분이 비교적 쉬운 편이나 이외에도 참으아리의 경우 국내에 으아리, 큰꽃으아리 등 유사종가 더 분포하고 있으며, 사위질빵의 경우는 할미밀망, 좁은잎사위질빵 등 유사한 종류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대략적인 분포를 보면 참으아리와 사위질빵정도가 민가주변에서 관찰이 가능하고 대부분의 종들은 산지에 자라는 경우가 많다.

참으아리와 사위질빵은 생육하는 공간의 거의 유사하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숲의 가장자리나 경작지 주변, 공터, 해안가 등을 기본적인 터전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 일상에서 아주 많이 접하고 있는 식물이지만 꽃이 피는 시기를 제외하면 거의 인식하지 못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눈을 돌려보면 관목울타리나 돌담 등이 덩굴식물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공간으로 요즘시기에 하얀색 꽃이 피고 있다면 이 두 식물중 하나일 것이다.

▲ 누른종덩굴.

꽃이 지고난 후에 보면 두 식물은 특이한 모양의 종자가 달려있어 호기심을 좀 더 자극하게 된다. 멀리서 보면 마치 바람개비모양 같은 열매가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해 보면 암술대에 하얀색 털들이 빼곡하게 달려 있어 마치 풍차의 날개나 수레바귀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특히 이러한 모양 때문에 종자는 바람을 따라 여기저기로 퍼져나갈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사위질빵을 지역에 따라서는 수레나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가 있다.

한라산에는 이 두 종류와 같은 속이지만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서 1개의 꽃을 피우는 “누른종덩굴”이라는 종류도 있다. 꽃은 소박한 종모양으로 바닥을 향해 피며, 잎은 참으아리와는 차이가 있고 사위질빵처럼 소엽의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한라산 관목림지역이나 구상나무숲 주변 등에서 관찰이 되며 1개의 꽃이 피는 지라 참으아리나 사위질빵보다는 아주 큰 꽃이 수줍게 피어나 차이가 있다. 요즘은 아고산 지역의 식생변화 등으로 매우 드물게 관찰이 되는 종류이다. 본래 이종은 유사종에 비해 화피에 돌기가 있어 구분을 하는데, 최근에는 유사종들을 “세잎종덩굴”로 통합시켜 분류하고 있기도 하다. 한라산을 비롯한 한국의 고산지역에 분포하는 식물로 학자에 따라서는 한국 특산식물로 보기도 하지만, 중국에도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으아리속의 식물들은 독성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어린잎을 식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줄기나 뿌리를 약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약재로 많이 알려진 것 중 위령선(威靈仙)은 바로 이 으아리속 식물의 뿌리이기도 하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 김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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