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눈물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1>외면받는 특수보육

장애아동에 대해 더 탄탄하게 교육권 보장한 법 불구
현실에선 보육기관 선택 폭 좁고, 이소 권유 받기도

열 달을 품고 세상에 아이를 내놓았다. 자그마한 발, 그 보다 더 작은 손. 엄마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두려운 예감과 함께 아이에게 장애진단이 내려졌다. 강해지리라 다짐했지만 육아의 어려움과 미비한 사회복지시스템의 이중고 속에서 매일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내고 있다. 교육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추세 속에 특수교육의 현실은 어떨까. 제주지역의 현주소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당장 어린이집을 보내는 일부터 학교 선택, 직업, 생활 문제에 이르기까지, 장애를 가진 아이와 살아가는 일은 사회시스템의 부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준희엄마는 말했다.

준희의 장애를 알게 된 건 27개월 무렵. 눈도 맞추고 노래도 흥얼거리던 준희는 언젠가부터 불러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눈 초점이 흐렸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39개월 때 자폐 진단을 받았다.

준희는 매해 어린이집을 옮겨 다녀야 했다. 2013년에도 2014년에도 2015년에도 그랬다. 중증 자폐가 아닌데도, 어린이집에서는 한 해가 지날 무렵이면 아이를 더 이상 맡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해왔다.

얼마 전에는 아이의 몸에서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상처가 발견됐다. 교사는 사과했지만 이미  어린이집과 관계가 틀어진 뒤였다. 당장 나오고 싶었다. 그런데 매일 가던 어린이집을 가지 않게 되면서 일상에 변화를 느낀 아이가 급격히 불안정한 증상을 보였다. 마땅히 갈 곳을 찾기도 어려웠던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그 곳으로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준희는 더 이상 그 어린이집에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준희의 사례는 장애 아동에게 보육기관 선택의 폭이 얼마나 좁은 지를 잘 보여준다.

준희 엄마는 21일 본 지와의 통화에서 “아이를 정말 보낼 곳이 없다. 장애 자녀를 키워본 부모만이 이 사실을 안다”며 “내 아이를 왜 때렸냐고 소리를 지르고 나왔는데, 그 곳에 다시 아이를 보내고 올 때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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