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청춘의 죽음, 왜 막지 못 했나] (상) 싸늘한 주검 된 이 군

기숙사 생활하며 연장근무도, 추석 전엔 추락사고 병원행
업체 관계자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조사 중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내 음료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사고를 당했던 도내 특성화고 3학년 이 군이 사고 열흘만인 19일 사망했다.

이 군은 지난 9일 오후 2시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곧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경추·흉골 골절과 폐좌상 등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다 이날 세상을 떴다.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과 심폐정지로 알려졌다.

이 군은 도내 모 특성화고 3학년이었다. 여름방학이 시작된 지난 7월부터 같은 학교 친구 5명과 기숙사에 머무르며 현장실습을 해왔다. 오는 12월까지 근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군이 사고를 당하면서 나머지 실습생 5명은 모두 귀교 조치됐다. 이 군이 사고를 당한 모습은 같은 학교 친구가 발견했다. 복교한 학생들은 지난 주 상담치료를 받았다.

이들이 근무했던 음료제조업체는 20일자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가 작업중지명령을 내려 가동을 멈춘 상태다. 이 업체는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가 지적한 근로환경에 대해 개선조치하고 전문기관에 안전 점검을 의뢰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아울러 수사권을 가진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 근로감독관들은 사업주를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 발생지점이 특별관리가 필요한 위험지역인지, 이 곳에 대해 사업주가 어떤 안전관리 대책을 시행해왔는지 등을 살펴 법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게 된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업체 관계자들을 조사 중이다.

이 군이 초과 근무를 해온 정황도 나타나고 있다. 이 군 가족은 사고 전날인 8일 이 군과의 마지막 통화에서 이 군이 “저녁을 먹고 오후 8시30분까지 연장근무가 있다”고 말했으며, 그 이전에도 “물량을 맞출 게 있어 저녁을 먹지 않고 일했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행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고교 재학생들의 현장실습시간을 학생과 업체 간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주 최대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군은 앞서 추석을 앞두고 작업장 기계를 고치러 올라갔다가 떨어져 갈비뼈를 다쳐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사고는 도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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