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Zoom-In] 현장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예술행정(1)

▲ 지난 16일 제주도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가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매입과 관련해 현장 실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 지난 16일 제주도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 소속 의원들이 재밋섬 건물을 현장 실사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1000억원대 제주시 야외공연장 조성 "원점 재검토"
'재밋섬' 중도금 납부 연기...문화행정 신뢰성 추락 

제주 문화행정이 시끄럽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충분한 도민 설득 없이 대규모 문화사업을 잇따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 보고는 생략되거나 무시됐고, 언론의 용역 공개 요청도 묵살됐다. 대규모 문화예술 사업 추진을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제주지역의 대규모 문화예술사업이 공론화 과정 없이 추진되면서 의회로부터 잇단 제동이 걸리고 있다.

최근 제11대 제주도의회가 개원하고 처음 열린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이경용) 주요 업무보고에서 제주시 야외공연장 조성과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이 집중 질타를 받았다.

제주시의 야외공연장 조성사업은 제주시가 지난해 실시한 기본설계용역에서 1000억 원을 전후한 조성계획이 제안됐다.

제주시는 탑동해변공연장에 항공소음이 심해 대체 장소가 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한라도서관-제주아트센터를 잇는 인근 부지에 2000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을 조성해 제주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많은 돈을 들여 완성한 야외공연장을 연중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명료한 구상을 내놓지 못 했다. 야외공연장 조성사업이 탑동 공연장의 소음 문제에서 발로했다면서도 용역 안에는 새 공연장 부지에 대한 소음 분석이 빠져 있었다.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문광위의 이 같은 ‘당연한 질의’들에 제주시는 별다른 답을 건네지 못 했다. 결국 문경복 제주시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이 자리에서 ‘야외공연장 조성사업의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이 날 제주시의 주요 업무보고 과정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제주시가 제주도의회 상임위에 한 차례도 공식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시는 그동안 언론의 용역안 공개 요청에도 비공개로 일관했다. 그러다 지난 6월 29일 고경실 제주시장 퇴임 일에 맞춰 지난해 12월 납품된 용역 안을 비로소 공식화면서 일방적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추진하는 재밋섬 건물 매입도 공론화과정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제주도와 재단은 노후한 문화단체 사무실을 옮기고, 공공 공연연습장을 짓기 위해 재밋섬 건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소요 예산은 173억 원, 이중 113억 원은 기금에서 충당하고, 리모델링비 60억 원은 도비로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재단은 지난 5월 소수의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마련한 설명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이튿날 기본재산 활용에 대한 제주도의 승인을 얻고 4일 만에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결국 지난 19일 이경용 위원장이 본회의에서 긴급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건물 매입 과정의 법률적 절차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긴급 현안 회의를 열어 “재밋섬 건물 매입 2차 중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원 지사가 내놓을 해법과 관계없이 제주도와 재단이 추진 과정에서 도민들의 의중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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