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중 여론 살피지 않고 내부서 추진 결정
공론화·전담조직 없이 예술감독·큐레이터 공모부터

도민들도 모르는 두 번째 제주비엔날레가 제주도립미술관 내부에서 준비되고 있다. 전담조직이 꾸려지기는커녕 올해 주요 업무보고에 한 줄도 들어있지 않았는데, 도립미술관은 예술감독 모집 공고부터 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지난 14일 제주도청과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모집 공고를 띄웠다. 모집분야는 예술감독과 큐레이터로, 2019년 제주비엔날레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총괄기획과 사무국 운영을 맡는다고 돼 있다. 접수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하지만 8월 현재 ‘2019 제주비엔날레’는 제주도민들에게 ‘살아있는 행사’가 아니다. 김준기 관장 체제의 제주도립미술관이 지난해 제주비엔날레를 추진하기는 했지만, 2년에 한번 정례화 하겠다는 합의는 없었다.

지난 9~12월 17억 원을 들여 밀어붙인 ‘2017 제주비엔날레’는 행사 준비 부실과 장소 분산 등에 따른 프로그램 밀도 저하, 신진작가 비율 저조 등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제주도립미술관도 차기 비엔날레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오지 않았다. 지난 비엔날레 과정에서 제기된 전담조직 구성도 없고, 제주도립미술관 운영 조례에 비엔날레 추진 근거를 담는 조례 개정 작업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도립미술관이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에 제출한 올해 주요 업무보고 자료에도 비엔날레는 들어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립미술관은 불쑥 내년도 예산 확보를 전제로 예술감독 공모에 나섰다. 절차 없이 밀어붙이려다보니, 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술관이 직접 예술감독을 공모하는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도립미술관은 현재 지난 제주비엔날레 업무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는 제주도 청렴감찰관실로부터 제보를 넘겨받아 조사를 진행하던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경찰에 사건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사안이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게다가 김준기 관장은 지난 15일로 임기가 만료됐고, 제주도는 연임 계획이 없음을 알려 16일 새 관장 공고를 게시한 상황이다. 여러모로 도립미술관의 예술감독 공고가 부적절하다고 지적되는 이유다.

이에대해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이 예술감독을 공고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비엔날레는 어렵게 얻은 이름”이라며 “비엔날레 예산을 2019년 본 예산 안에 올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판단을 그곳에서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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