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2년째 회장 선거 입후보자 실종
오는 12월 9일 해산 여부 묻는 학생투표 실시

국립제주대학교 전경.[사진=제주대 제공]
국립제주대학교 전경.[사진=제주대 제공]

그동안 제주 대학에서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던 총여학생회가 36년 만에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대학 내 4대 자치기구에 속하는 총여학생회는 최근 연세대, 중앙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잇따라 폐지되고 있다.

22일 제주대학교 학생·관계자 등에 따르면 제주대 총운영위원회는 9월 28일 안건으로 ‘2021학년도 총여학생회 폐지를 위한 학생 투표 상정에 관한 건’을 제출하고 이를 가결했다. 이후 이와 관련한 1차 합동 토론회를 거친 뒤 12월 9일 해산 여부를 묻는 학생 총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총여학생회가 이러한 위기에 놓인 배경에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교내 활동이 줄자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사그라진 데에 있다. 더욱이 과거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던 성평등에 대한 인식도 그에 비해 많이 개선되면서 학생들이 그동안 총여학생회의 역할에 의문을 꾸준히 제기해온 점도 위기론을 부추겼다.

지난 2020년 자치기구 선거에서는 제36대 총여학생회장직에 입후보한 학생이 없어 선거가 무산되자 총학생회가 그 역할을 대신 해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도 출사표를 던진 재학생이 없어 12월 16일로 예정된 보궐선거까지 선출을 유예하기로 했다.

제주대에서 총여학생회장을 역임한 A씨는 “제주대 내에 설치된 인권전담센터가 총여학생회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배하면서 존폐 논의가 현실화한 것 같다”며 “개인주의적 풍토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출마를 결심하는 학생마저 자취를 감춰버린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 학교 자체의 기구를 활용하는 것보다 학생을 대변하는 자치기구를 활용하는 게 더 큰 바람을 일으킬 순 있다”면서도 “총여학생회의 선거를 앞두고 기존의 소통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현재의 분위기에 맞는 대안이 있는지를 학생들이 꼼꼼히 따져본 뒤 투표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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