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모 6단계로 보는 부모의 역할
네 삶을 살아라-떠나보내기
누나는 여자라서 엄마가 불안한 마음에 전화를 하면 좋았지만 동생은 남자라 그런지 그리 걱정되지 않으니 굳이 누나처럼 매일 저녁 마다 전화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더니 "제가 효도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이것 뿐이잖아요."하면서 대학 입학 하자마자 시작된 전화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지지난 주엔 주중에 전화가 오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나 엄마가 목요일 쯤엔 전화를 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다는 소릴 듣고는 안심이 되는 한편 약간 서운한 마음도 있었단다. 이제는 전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엄마가 조급한 마음에 전화를 했구나하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난 주엔 토, 일, 월 연달아 전화를 하더구나. 물론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데... 굳이 오늘의 주제가 잘 떠나보내기라서 이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도 되고 혼자 살아갈 능력도 생겼으면 제대로 된 독립을 해야하는 게 맞다. 마음으로 연결된 끈끈함은 있겠지만 홀가분하게 나가서 자기만의 삶을 사는 게 첫번째 효도란다. 그렇게 잘 독립해서 부모가 걱정하지 않게 잘 살아주는 너희들이 대견하기만 하다. 거기다 욕심을 낸다면 부모 도움 없이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고 집 장만도 하며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단다. 그렇게만 되면 최고의 독립 모형이라고 볼 수 있겠지.
엄마가 왜 최고의 독립이라고 하는지는 너희들이 더 잘 알 거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자기 한 몸 책임 지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그리 가치 있는 일은 아니겠지. 물론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적어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질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뒷받침을 해주면 조금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니까(그 단계까지도 스스로 해보겠다는 젊은이들도 종종 볼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거기까지 하고 나머지 삶은 스스로 짊어지고 살 수 있어야 인생의 참 의미를 제대로 알아가게 되는 거란다.
엄마가 그렇게 살아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좋은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60 평생 내가 한일 중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우리 부부의 힘으로 결혼하고, 집 장만하고, 너희들을 낳아 키웠던 일이 가장 뿌듯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절박함이 때로는 힘들기도 하지만 그 절박함으로 매 순간 깨어있을 수 있고, 나를 성장시켜 주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걸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