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아들과 제주살이에 ‘웃음꽃’
이주 현실적 한계…생계 극복이 관건

제주매일 주최 ‘살고싶은 제주’ 홍보프로젝트 중 하나로 마련된 제주한달살기에 참여한 김인호씨.

 


살고 싶은 제주Ⅱ.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2. 제주한달살기 김인호씨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직 생활을 한 지 올해로 10년 차에 접어든 김인호(36)씨는 지난 7월 분주한 일상을 잠시 뒤로하고 제주에서의 한달살이를 시작했다. 당초 김씨는 그의 아내, 여섯 살배기 아들과 함께 제주를 찾았지만, 회사 일이 바빴던 아내는 제주살이 시작 일주일 후 다시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외딴섬 제주에 아들과 홀로 남겨지게 된 김씨는 아들과 함께 제주에서의 특별한 여정을 이어갔다. 김씨는 산이며 바다며 제주의 자연이 깃든 곳 어디든 아들과 함께 떠났다. 하루하루 아내의 빈자리가 제법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늘 아들과 함께였기에 제주에서의 한 달이 김씨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추억으로 각인됐다.

▲제주매일이 시행하는 제주한달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을 두루 가르친 경험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교과서를 보면 제주와 관련한 내용도 일정부분 나오는데요. 어느 순간부터는 교과서에 제주4·3사건과 관련한 내용이 빠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보여 줄 학습자료가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죠. 마침 온라인에서 제주매일 제주한달살기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습니다. ‘이참에 생활비를 지원받아 제주 관련 학습자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주에서의 일상이 궁금하다. 하루하루 어떻게 보냈는가.

=4·3유적지를 둘러보며 학습자료를 만드는 일 외에도 아들과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아들이 바다를 워낙 좋아해서 바다를 많이 둘러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들과 함께이다 보니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많이 즐겼습니다. 말타기 체험에서부터 제주해양박물관까지 알차게 둘러보고 왔습니다. 신혼 때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냈던 장소에도 아들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면.

=아들과 낚시하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주에서 요트투어를 저렴하게 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물고기에 대한 아들의 관심이 남다른데, 다행히 투어 도중 요트가 잠시 정박해 낚시를 즐길 수 있었어요. 낚싯대를 직접 던진 아들이 이날 진짜 물고기를 잡았습니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모두 즐거워했죠. 서울에선 생활낚시를 즐기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요. 아들에게 무엇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묻는다면 지금도 물고기를 낚았던 때를 떠올리곤 합니다.

▲평소 제주에 이주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지.

=예전부터 해마다 1~2번씩은 제주를 방문했어요. 그만큼 관심이 많았죠. 한번 방문하게 되면 보통 일주일 정도를 보내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제주를 다 둘러보기엔 의외로 짧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주까지는 아니더라도 1년 정도 아들과 같이 지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주살이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아무래도 여유 있는 삶이 아닐까 해요. 그동안 도시에서 생활하며 매일같이 일만 하는 그런 쳇바퀴 굴러가는 삶을 살아왔다면 제주에서는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어 많은 위안이 됐습니다. 제주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산이 보이고, 바다가 보이고, 자연의 경치가 사방으로 들어옵니다. 아이와 함께 늘 자연을 가까이하며 살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와닿았습니다.

▲한달살이가 일반적인 여행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달살이는 아무래도 한 달이라는 꽤 긴 시간을 두고 생활해야 하는 만큼 살림에 대한 부담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제주의 속살을 보다 더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주로 이주해올 의향이 있는지.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서울이 우리 삶의 터전이다 보니 이주가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생계 문제만 해소할 수 있다면 그때는 제주로 이주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제주에서의 삶이 더 여유롭기 때문이죠. 앞으로 2년 후에는 제가 잠시 휴직할 예정인데, 그땐 1~2달 정도 다시 아들과 제주에 가서 지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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