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문화사랑방-작은도서관] ③봉아름작은작은도서관
오름 많고 사람 많은 봉개마을 주변 유일한 문화센터 역할 톡톡
유아에서부터 지역주민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마을과 함께 성장

지난 2017년 구 봉개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봉아름작은도서관은 제주시 동부지역의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봉아름작은도서관 전경.
지난 2017년 구 봉개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한 봉아름작은도서관은 제주시 동부지역의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봉아름작은도서관 전경.

제주시에서 조천읍이나 구좌읍 방면으로 가는 번영로를 이용하게 되면 지나게 되는 마을, 봉개동.

대기고등학교와 봉개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발달하면서 급속하게 도시화가 되고 있는 곳이다. 이주민이 증가하면서 인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봉개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봉아름작은도서관(관장 양성훈)은 지역주민들이 책을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문화생활에 대한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문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봉아름작은도서관은 과거 주변마을들이 부르던 ‘봉아름’ 마을명을 가져와 이름을 지었다. ‘봉아름’은 마을을 둘러 싼 오름이 22개나 돼서 붙여졌다고도 하고 혹자는 대기고등학교가 들어서기 전에 있던 봉아름의 오름명으로 불린다는 설도 있다.

봉아름작은도서관은 제주도와 제주시 별도의 재정지원 없이도 각종 공모사업을 통해 내실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만 봐도 제주도작은도서관협회, 제주문화예술재단, 꿈바당어린이도서관, 제주문학관 지원사업으로 15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돼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목마른 제주시 동쪽지역 주민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촉촉하게 했다.

지난 2017년 새마을문고에서 작은도서관으로 탈바꿈한 봉아름작은도서관은 각종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찾아오는 제주시 동쪽지역 문화쉼터로 자리 잡았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이나 와흘리에 살고있는 주민들도 제주시내를 오고 가다 들리는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참새방앗간’이 됐다.

봉아름작은도서관 1층 내부 모습 .
봉아름작은도서관 1층 내부 모습 .

# 주민과 연대의 장이자 어린이 상상 놀이터

예전 동사무소(현 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한 봉아름작은도서관은 지상 2층으로 1층은 9000권이 넘는 책과 열람실이 마련돼 있고 2층은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이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비롯해 비교적 규모가 큰 행사들이 진행되는 다목적실로 구성돼 있다.

1층 도서관에는 낮은 소파와 바닥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엄마랑 아기랑 열람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어 유아들도 엄마와 어릴 때부터 책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책은 어렵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장난감처럼 친근한 존재라는 것을 몸소 느끼게 하는 세심한 배려다.

이런 맥락에서 봉아름작은도서관은 일년에 네 차례 유아문화예술사업 ‘삔직삔직 곱으락 도서관아지트’를 진행하고 있다. 봉개마을 주변 7개의 어린이집 원아들이 도서관에 찾아와 책을 보거나 놀이를 하는 것이다.

요즘은 비교적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등이 제한돼 갑갑해 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보드게임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스토리를 들으며 역경을 극복해보는 ‘월드아트’도 꽤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작은도서관 마을공동체 거점구축사업으로 진행한 시낭송 교실 ‘낭랑하게 낭송하라’, 서예교실, 캘리그라피 ‘글을 쓰다 마음을 쓰다’ 등은 가족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부모와 자녀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작가와 함께 하는 문학여행이나 지구상의 모든 생명과 삶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적 마음을 바탕으로 봉개동과 봉개동 인근 주민들이 환경친화적인 삶을 실천하는 생태문화예술프로그램 ‘봉아름 한걸음 더’도 마련돼 마을의 연대를 더 끈끈하게 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혼자서는 용기가 나지 않는 소소한 환경친화적인 삶을 실천하는 환경이 중요해지고 있는 최신 트랜드를 적절하게 반영한 프로그램이었다.

#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도서관’

최근들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나 유튜브 등 다양해진 미디어의 채널로 책 읽기가 외면받을 수 있을만도 한데 봉아름작은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객이나 도서 대출 건수는 되레 늘었다.

봉아름작은도서관 이용현황을 보면 2020년 1733명이던 이용자 수는 지난해 3180명으로 늘었고 올들어서도 지난 9월 말 현재 3234명을 기록하며 지난해 이용객 수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서대출 건수도 2020년 1011권, 지난해 1554권, 9월 말 현재 997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채로운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책 읽는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도서관의 운영방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독서문화학교 ‘토론하는 오름이 아름이’나 올해 신규 결성된 성인독서동아리 ‘설왕설래’ 등도 도서관 운영의 든든한 조력자로 작지만 내실있는 봉아름작은도서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봉아름작은도서관 변경미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명도암이나 조천읍 대흘방면으로 이주해 오신 분들이나 한 달 살기 등을 하는 분들이 발길의 부쩍 늘었다”면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도서관이 되기 위해 통합대출카드가 없더라도 주민등록증 등 간단한 조회로 책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도서관은 꼭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문 턱을 낮추기 위해 내년에는 각종 취미교실을 통해 독서와 무관한 주민들도 아우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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