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우의 차이나 칼럼- [40]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국에서 자장면값이 서민물가 변동의 척도인 것처럼 중국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서민물가의 바로미터다. 14억 인구가 한해 평균 6000만t의 돼지고기를 소비한다. 이는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말그대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먹기 시작했던 시기를 8000년 전으로 보는 고고학 발굴 결과도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쇠고기와 양고기는 귀족계층에서, 돼지고기는 일반 서민들이 먹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고기는 그만큼 중국의 서민들이 즐겨먹었고, 양돈산업의 역사도 그만큼 길다.
중국 양돈산업 ASF로 첨단화 급변
그런 중국의 양돈산업이 2018년부터 중국을 강타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에 의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려 2억 마리 이상의 돼지가 ASF감염이 우려돼 살처분됐다. 중국 전체의 돼지 사육두수를 7억 마리로 추정할 때 30% 정도가 사라졌다.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이 아우성치게 됐고, 중국 정부도 돼지고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양돈산업을 장려하는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낙후된 사육환경이 ASF의 주요 원인으로 대두되자 디지털화·스마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축산농가와 기업이 손을 잡고 중국의 돼지고기의 안정적 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5G 등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양돈장의 첨단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후베이(湖北)성 어저우(鄂州)시의 26층짜리 돼지 사육빌딩이 완공돼 화제가 됐다. 이 빌딩은 ‘세계 최고층 양돈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설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이 빌딩은 온도와 습도 조절을 비롯해 사료공급, 분뇨 배출 등이 자동으로 조절되며, 다양한 센서 및 빅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각 층에 입주한 돼지의 건강상태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양돈산업이 최첨단화 되면서 중국의 대학생들이 돼지 키우기에 뛰어들고 있다. 임금도 일반 대졸자들의 갑절 수준으로 입사 첫해 연봉이 학력과 능력에 따라 각각 10만~30만위안(2000만~6000만원)으로 우리 대졸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제주도에서의 양돈장은 그야말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 60년이 다 돼 가는 제주의 양돈산업이 가축분뇨와 축산악취 문제로 미운 오리새끼로 눈총을 받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제주의 양돈산업은 1964년부터 시작됐다. 지금은 작고한 P.J. 맥그린치 신부가 제주농민을 가난에서 구제할 새끼돼지 2000마리를 서울에서 이송해와 이시돌 목장에서 사육을 시작한 게 양돈산업의 시작이다.
제주 양돈산업 육성 정책 전환해야
‘제주산 흑돼지’가 브랜드화된 상황에서 양돈산업을 사양산업으로 죽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제주도의 양돈정책도 양돈농가들이 디지털화·스마트화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 방법을 중국의 첨단양돈장에서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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