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제주살이…고장 뜬지 20년
‘짓다 만 호텔’ 무분별한 개발에 눈살

제주 한달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명선씨.
제주 한달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한 조명선씨.

살고 싶은 제주Ⅱ.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5.제주한달살기 조명선씨


제주에서 자라 10년째 광주에 터를 잡은 간호사 조명선(39)씨는 제주 귀소를 꿈꾸고 있다. 그가 태어난 곳이 제주는 아니지만 학창시절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 제주가 진짜 고향과 진배없다고 조씨는 말한다.

조씨는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앞날을 위한 안식년을 이번 제주에서 갖기로 했다. 제주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에메랄드빛 바다가 그에게 주는 향수는 그대로인 듯했다.

▲제주매일이 시행하는 제주한달살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제가 제주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학창 시절 모두 제주에서 생활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서울에 진학하면서 제주를 나온 지도 어언 20년이 됐어요. 제주는 저에게 제2의 고향이죠. 그런 제주에 작년부터 한달살이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마침 우연히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신청하게 됐어요.

▲제주에서의 일상이 궁금하다. 하루하루 어떻게 보냈는가.

이번 한달살이 계획을 짤 때 제주 올레길 걷기를 중심 주제로 삼았어요. 그래서 도내 올레길 코스를 하나씩 따라 걷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어요. 이번 한 달 동안 가보지 못한 올레길 코스는 향후 1년 이내 전부 돌아볼 계획입니다.

▲제주살이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좋았는지.

제주는 사방팔방이 모두 바다인데다 같은 바다라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과 달리 제주는 에메랄드빛 바다여서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광주에서는 바다를 보려면 주로 목포나 여수를 많이 찾는데,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 2시간이 넘어요.

▲불편했던 점은 없었는지.

제가 운전을 못해요. 그래서 어딜 갈 때는 항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한달살이 중 애를 많이 먹었어요. 중간중간 맛집투어도 다녔는데, 식당들이 1인 손님을 잘 받지 않으려고 해요. 또 예전과 다르게 식당들마다 웨이팅이 생겨나서 그게 좀 놀랐어요. 대기 시간만 1시간 30분은 기본이더라고요.

▲제주 한달살기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광주에서 터를 잡고 직장생활을 한 지도 올해로 10년이 됐어요. 이러한 시기 제주에서의 한달은 마치 자신에게 주는 안식년 같은 느낌이에요. 쉼 없이 일만 하다 보니 저도 어느덧 마흔이 돼버렸어요. 항상 사람들이 이야기하잖아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이번 한 달 만큼은 저 스스로 ‘너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그런 의미에요.

.▲한달살이와 단순 여행에 차이가 있다면.

단순 여행으로 제주에 온다면 빡빡한 일정을 어떻게든 맞춰보려고 발버둥 쳤을 거에요. 그에 반해 한달살이는 좀 더 여유 있게 다닐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짐인 것 같아요. 오늘 계획했던 곳을 못가더라도 ‘내일 가면 되지’ 이럴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계획에 구애받지 않고 유동적으로 다닐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주에 다시 와서 보니 달라진 점은 없는지?

제가 살던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 제주에서 차가 엄청 막히더라고요. 출퇴근 시간만 되면 도로에 갇혀버리더라고요. 이제는 교통체증이 육지랑 똑같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개발이 너무 무분별하게 이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분명 지나치는 곳마다 그냥 숲이었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곳곳에서 짓다 만 호텔이 목격돼요. 그리고 어떻게 이런 곳에 카페가 들어설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건물이 들어선 것 같아요.

▲평소 제주 이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다시 제주로 이주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요. 제주에서 사는 사람들은 제주가 좁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어딜 나설 때 이동거리가 되게 짧아요. 활동 반경이 거기서 거기니까요. 제가 미혼인데, 앞으로 결혼하게 된다면 제주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만약 결혼하지 않고 쭉 혼자 산다고 하더라도 정년 이후에는 제주에서 살고 싶어요.

▲당장 이주 계획을 실행하는데 어려움은 무엇인지.

아무래도 제주에 일자리가 녹록지 못하다 보니 이주 계획을 당장 실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완전히 이주하더라도 정년이 끝나야만 가능할 것 같아요. 더욱이 제주도 집값이 너무 올랐더라고요. 매매가가 서울 수준이어서 깜짝 놀랐어요. 앞으로 ‘얼마를 더 모아야 제주에서 살 집을 장만할 수 있을까’ 요즘 이런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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