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박사 ‘농촌이 바라는 청년의 삶’ 기조발제
농사만으론 생계 어려워…귀농 부부 겸업 ‘절대적’
외통수 몰린 농업정책 농촌 일자리 창출 ‘급선무’

‘중첩된 위기와 지역사회’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임경수 박사.
‘중첩된 위기와 지역사회’를 주제로 기조발제에 나선 임경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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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시대 녹록지 않은 농촌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적절한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5일 충북 제천시 소재 청풍리조트 힐호텔에서 ‘농촌이 바라는 청년의 삶, 청년이 바라는 농촌의 삶’을 주제로 한 사회적 농업 심화 워크숍이 이틀간 열렸다. 이 자리에는 농촌 마을의 주체인 기성세대 농업인과 삶의 전환을 꿈꾸며 농촌으로 스며든 청년 귀농·귀촌인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한 농촌의 현실을 논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에서 도시재생 컨설팅 일을 해온 임경수 박사(주식회사 이장 대표이사)도 이날 자리해 ‘중첩된 위기와 지역사회’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를 진행했다. 강단에 오른 임 박사는 우리나라 농촌의 구조적 문제에 관해 깊이 서술했다.

청년 귀촌 활발한데 농사는 ‘글쎄’

임 박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귀농·귀어인은 1만3537명, 귀촌인은 47만7122명에 달하며 귀촌인 가운데 30대 이하 청년은 전체의 47.9%를 차지한다. 귀촌 인구가 읍면지역 전입 통계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수치가 다소 부풀려졌을 소지는 있다. 하지만 임박사는 그럼에도 이러한 경향이 존재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농촌 고령화 해소가 절실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선 농촌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청년들의 유입이 절대적이지만 더 이상 젊은 농부를 만들어내기 어려운 게 지금의 현실이라는 데 임 박사는 집중했다.

임 박사는 “농사를 짓겠다는 청년들보다 그냥 농촌에서 살겠다는 청년들의 비율이 전체 귀촌인의 50%에 가까이하고 있다는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경향으로 굳어진 것 같다”면서 “문제는 농촌의 현실이 녹록하냐는 것인데, 2인 농가의 평균소득은 3900만원이며 이는 도시 가구의 74%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이어 “농업 총수입은 3600만원인데 반해 농업경영비가 2400만원이 드니까 남는 돈은 1200만원 남짓”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 부부가 농사를 지을 경우 기껏 해봐야 용돈으로 쓸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는 것이 농촌의 상황이라는 것이다.

‘불철주야’ 농업은 누굴 위한 일?

임 박사는 “전통시장 내 청년몰에 입주한 한 청년이 제게 ‘청년몰이 청년을 위한 것이라면 장사가 잘 되는 곳에 조성해줘야 하지 않나’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앞서 제시한 데이터를 보면 청년들한테 ‘농사를 지어’라고 하는 것이 방금 사례와 유사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박사는 “억대 매출을 올리는 농부들도 있지만 그들은 농가 전체의 2.6%에 지나지 않는다”며 “농지가 싼 전남에 가서 5000만원 정도의 순수익을 올리겠다면 10억원 정도의 돈을 투자해야 하고, 주당 노동시간 또한 40시간을 넘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다. 임 박사는 전국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최근의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농업정책이 마치 외통수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없을까. 임 박사는 경작지를 늘려 농가 수익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농부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겸업을 택한다고 설명했다.

돈 잘 버는 농민 많다고 농촌 행복해지나

임 박사는 “현재 전체 농가 중 60%가 농사를 전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30~60세 농가의 전업 비율은 50% 이하로 저조하다”며 “이는 농사만으론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겸업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풀이했다.

임 박사는 “매출이 좋은 딸기 농사의 경우 상품 출하와 동시에 다음 딸기를 준비해야 하므로 부부가 거의 잠을 안 자고 작업에 매달려야 한다”며 “그렇게 1년 농사를 짓고 나면 부부가 회의감을 갖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농사일로 아내들이 집안일을 돌보지 못하게 되면 남편은 결국 아내에게 읍내에 나가 식당에 취직하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남편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홀로 농사를 짓게 되는데, 소득은 그만큼 줄기 때문에 이럴 거면 오히려 처음부터 겸업을 가정하고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농촌의 일자리는 농림어업 일자리와 건설·제조업의 일자리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겸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치 않다”며 “돈 잘 버는 농민이 많다고 해서 농촌이 살아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소득이 있는 농촌을 만들어야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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