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수 박사 사회적 농업 워크숍서 발제
기후·식량·지방소멸 농촌 3대 위기 지목
“탄소중립 근본적 해결사 유기농업” 강조

지난 10월 25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사회적 농업 심화 워크숍.
지난 10월 25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사회적 농업 심화 워크숍.

살고 싶은 제주Ⅱ.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8. 타지방 사례 분석


살기 좋은 곳에는 사람이 몰린다는 것은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다 공감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이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지, 또 대안은 무엇인지 쉽사리 논하긴 어려울 것이다.

환경공학자이자 오랜 기간 도시재생 컨설팅 일을 해온 임경수 박사는 지난 25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사회적 농업 워크숍에서 중첩된 위기로부터 어떻게 농촌을 살려야 하는지 이야기했다. 그는 농촌에 직면한 위기를 해결할 해법을 단연코 농업에서 찾았다.

농촌, 청년을 맞이할 준비됐나

현재 우리나라에선 많은 청년들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귀농·귀촌의 꿈을 꾼다. 이 때문에 매년 많은 이들이 도시를 버리고 자그마한 농촌으로 향한다.

지방소멸위기에 놓인 농촌의 입장에서도 청년들이 이주해오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이 살기에 농촌이 그리 좋은 곳이 아니라고 선배 귀농인들은 아우성친다. 더욱이 농촌에 드리운 위기는 살기 더 어려운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데.

임 박사는 현재 농촌이 직면한 위기를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방소멸 혹은 농촌위기이다.

임 박사는 이러한 3가지 위기가 마치 벤다이어그램처럼 서로 중첩돼 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농업은 이들의 정중앙에 있다는 설명이다.

임 박사는 “인류는 지구상의 약 3만종의 동식물을 섭취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식량을 활용할 수 있는 종의 다양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며 “한국인이 주로 섭취하는 쌀, 콩, 옥수수와 같은 식량 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곡물만 놓고 본 곡물 자급률 또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식량위기를 설명했다.

식량작물의 생산을 늘린다고 해서 식량위기가 해소될 수 있을까. 임 박사는 변화한 환경에서도 식량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도록 종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박사는 “한국의 식량작물 역사를 쭉 살펴보면 돈이 되는 작물 혹은 쉽게 먹거나 팔 수 있는 작물로만 농사를 짓다보니 종 다양성도 굉장히 떨어진다”며 “주 식량원을 많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종 다양성을 확보해 환경 또는 기후가 변화하더라도 계속 공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인구 감소 ‘지방파산’으로 이어져

이웃 나라 일본은 농촌의 인구이탈이 일찍이 시작되면서 ‘지방소멸’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하게 사용해왔다. 우리 정부는 이를 대신해 ‘인구감소지역’ 정도로 어감을 순화해 왔지만 올들어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를 공식 석상에 내놓으면서 농촌의 인구 문제가 가시화했다는 사실을 방증시켰다.

임 박사는 “외딴 지역에 소수가 살더라도 정부는 그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인구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지방정부가 파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지방정부의 파산이 확산해 도미노처럼 쓰러지게 되면 지방과 연결된 중소도시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며 “지방정부가 꼭 파산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라고 말했다.

임 박사는 “정부는 이러한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부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한다”며 “하지만 앞서 시행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도 기부할 수 있어 도시가 농촌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토양 속 유기물 탄소 가둔다

기후위기는 농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 임 박사는 “세계농식품시스템(생산·가공·유통 과정)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 농축수산 분야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3.39%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농업을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 표현했다.

임 박사는 “동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줄이려면 고기를 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런데 정부는 이보다 메탄가스를 덜 발생시키는 사료를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심지어는 소의 품종을 개량하는 연구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임 박사는 프랑스의 시민단체가 전개하는 ‘퍼퍼밀 이니셔티브(4per 1000 Initiative)’ 운동을 사례로 들며 농업이 기후위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 박사는 “토양에 존재하는 유기물이 광합성 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땅속으로 빨아들인다”며 “그렇게 매년 토양의 탄소 함량을 0.4%씩만 올려도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라고 설명했다.

임 박사는 “농촌이 처한 3가지 위기는 이처럼 모두 중첩돼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방법도 공통적일 수 있다”며 “위기가 모두 농업과 관련을 맺는 만큼 해법이 특히나 농업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