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중심 청년 농촌 정착 플랫폼 운영
‘비빌 언덕’ 자처하며 정주 여건 조성에 노력
농가·주민 주체 ‘서비스 공동체’ 재건 안간힘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
한석주 청년마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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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마을(대표 한석주)은 해체돼가는 농촌 공동체의 새로운 복원과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난 2019년 충북 제천에서 탄생한 농업회사법인이다. 대안학교를 거쳐 (사)농촌공동체연구소에 이르기까지 그간 다양한 형태에서 이뤄졌던 농촌 회복 활동을 농업법인에서 구체화했다.

청년마을은 지난 3년여간 농촌 공유지 만들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의 설립·운영을 지원해왔다. 이 밖에도 청년장기귀농학교, 마을 순환버스 도입, 농촌 문화 동아리 조성, 전통시장 활성화 등 마을 공동체의 회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수행해왔다.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으로 농촌이 사멸해감에 따라 농가에 희망이 되 줄 청년들의 유치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가하고 있다. 이른바 ‘비빌 언덕’을 자처하며 도시의 삶에 지쳐 농촌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의 정주 여건을 지원하는 ‘청년 농촌 정착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 농촌 정착 플랫폼은 공유농장을 토대로 수익성 작물, 하우스 작물, 약초, 벼 등을 재배하는 청년농부를 육성해 청년의 농촌 적응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목공, 제빵, 집짓기 등 청년농부들이 농촌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다양한 형태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직영·제휴 작업장도 운영하고 있다.

청년마을이 추구하는 농촌상은 ‘사회적 농업’의 실현이다. 사회적 농업이란 농사 활동을 통해 고령자, 장애인, 귀농·귀촌 청년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에게 돌봄, 교육 서비스, 일자리와 농촌지역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활동은 그 중심에 농업이 있지만 다양한 영역에 이르기 때문에 지역학교, 복지시설, 농업인, 지역주민 등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처럼 지역 특성에 따라 자발적이고 혁신적인 관계망을 구축하는데 청년마을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사회적 농업의 확산을 위해 청년마을과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회적 농장은 2022년 기준 모두 83개소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전북 15곳 △충남 11곳 △전남 10곳 △충북 9곳 △경남 8곳 △경북 8곳 △강원 7곳 △경기 4곳 △제주 3곳 △세종 2곳 △대전·울산·광주 각 1곳이다.

“정부는 산업화를 위해 농촌을 희생시켰어요. 그러기 때문에 농촌에 사람이 없어진 것이에요. 농촌의 예산은 단지 인구가 줄었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줄어가고 있어요. 그러면 삶의 질이 계속해서 나빠지고 결국 정책이 실패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 것이죠. 장사가 되지 않으니 시장이 실종하게 돼요. 시장이 실종한다는 것은 돈이 있어도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말이죠.”

청년마을 한석주 대표는 농촌의 인구 유출이 심화한 배경에는 산업화가 있다고 말했다. 농촌이 점점 기계화되고 전문화되면서 마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기반도 함게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사람이 없다 보니 마을 공동체가 해체되고, 그러다 보니 농촌주민들의 삶은 점점 더 나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자고 나온 대안이 바로 사회적 농업입니다.”

개인 농장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연대하는 것을 사회적 농장이라고 한다면, 농업과 상관없이 농촌을 배경으로 사라진 생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서비스 공동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두 개의 가치가 모여 사회적 농업을 이루는 것이지만 이 또한 사람 즉, 청년이 없다면 결국 실현할 수 없는 꿈이다.

농촌을 떠난 청년들이 다시금 농촌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선 그들이 삶을 이어갈 환경을 닦아야 한다. 청년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 농촌에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나서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의 청년 문제는 우리 기성세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귀촌한 청년들이 그곳에 정착해 즐겁게 살아가도록 만들고, 그 마을 출신의 아이들이 고교, 대학을 도시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다시 그 마을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기억의 힘을 심어주는 것이 청년마을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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