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전남 곡성서 시작…사회적 농업 ‘청년 자자공’ 운영
생태 농업·자립·공동체 지향 가치 실현하며 시골 사회 개척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대표
문영규 항꾸네협동조합 대표

살고 싶은 제주Ⅱ.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12. 자자공 운영자 문영규씨


전남 곡성에는 사회적 농업을 바탕으로 자립하는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이들은 항꾸네협동조합의 청년 조합원들이다. 제주매일은 문영규 조합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3년 설립된 항꾸네협동조합에선 ‘청년 자자공’이라는 귀농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자공은 자연·자립·공유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고, 농사를 지으며 자립하는 삶을 지향하는 청년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이다.

자자공의 핵심 가치는 생태 농업, 자립하는 삶, 공동체로 축약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자자공은 사회적 농업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귀농·귀촌에 필요한 전반적인 지식과 경험들을 자자공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농사법과 농촌 생활에서의 자립을 위한 ‘의자립’, ‘식자립’, ‘생활자립’ 등을 익히는 것이 자자공에 입문하는 길이다.

논·밭농사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마쳤다면 시골음식 만들기, 천연생활용품 만들기 등 생활에 필요한 기술 교육도 이뤄진다. 자자공의 교육생 또는 선배 귀농인들과 가보고픈 농가를 탐방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일도 빼놓지 않고 이뤄진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귀농·귀촌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설립 당시 6명에 불과하던 조합원도 현재 49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곡성군 내 45개 마을에 흩어져서 현재 자립생활을 하는 중이다.

“생태적인 삶과 농부의 삶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자자공은 가치 측면에서 하나의 선택지가 되고 있어요. 올해 17명의 참가자 가운데 13명은 이미 이 마을에 정착했답니다. 2018년에는 청년들이 거주할 공간으로 셰어하우스인 ‘꿈앤들’도 건립해 1년간 빌려주고 있어요. 귀농·귀촌에 있어 가장 큰 진입장벽인 주거 문제가 해소된 것이죠. 먼저 정착한 청년 농부들의 존재는 이제 막 이주한 청년들에게 상당한 안정감과 연대감을 줍니다.”

문 대표는 앞서 정착에 성공한 조합원들이 신규 이주민들에게 지역 정보나 정착에 필요한 지식 등을 전수해줌으로써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주는 안정감은 귀농에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초보 귀농인에게는 금싸라기와도 같은 것이다.

각기 다른 재능으로 모인 이들은 서로 간의 연대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펴고 있다. 작은도서관 운영에서부터 마을식당 운영, 마을 일꾼으로 건축일에 참여한다든지, 마을음악회·영화제를 개최는 등 청년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동체가 이곳 농촌에서 형성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마을 공동체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어요. 조합의 소모임 또는 위원회에 청년이 참가함으로써 손과 머리가 돼 주고 있습니다. 또 청년세대의 열정을 접한 선배 귀농인들에게는 세상을 바라보는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청년들로부터 열정과 가치관을 배우는 것이죠.”

청년들의 공동체 활동은 비건 혹은 제로 웨이스트 운동 등 다양한 지역 문화 활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소멸위기에 직면하면서 멈춰버린 농촌의 심장을 다시 되살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항꾸네협동조합이 사회적 농업을 토대로 자자공을 운영해온 지는 얼추 4년 정도 된다고 한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들이기에 그동안의 고난도, 앞으로 겪을 시련도 많다고 한다.

“자자공 운영에는 스텝들의 희생과 헌신이 절대적이에요. 농사실습과 정착준비 등 농사와 마을활동을 장기간 거의 매일같이 해야 하기에 스텝들의 참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하죠. 이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를 기대하긴 매우 어렵고, 헌신에 기대 운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선 적당한 주거와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청년농 장기임대주택, 정착지원금 등 중앙부처 또는 지자체의 세심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문 대표는 청년들이 일궈낸 공동체 문화가 앞으로도 올바른 방향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청년 중심의 체제 개편을 꾀한다고 밝혔다.

“정착한 청년들이 형성한 문화와 공동체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는 뜻에서 조합도 이제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하려 합니다. 마을에 정착한 청년 농부들의 삶은 이것을 추구하는 도시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어요. 새로운 청년들의 합류가 자연스레 이어지고, 선배 청년들은 그저 기댈 언덕이 돼 주는 체제로 이제 변화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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