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으로 귀향 동네 청년들과 달빛탐사대 결성
지방소멸 체감…“지역·이주 청년 서로 조화 이뤄야”

달빛탐사대 주재훈씨
달빛탐사대 주재훈씨

살고 싶은 제주Ⅱ. 제주살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15. 달빛탐사대 주재훈씨


찌들어가는 서울살이에 싫증을 느낀 주재훈씨는 9년 전 고향인 경북 문경으로 불쑥 귀향했다. 이곳에서 주씨는 마을에 머물러 있던 청년들을 불러 모아 ‘같이살자’라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달빛탐사대’라는 하나의 공동체를 결성했다.

주씨가 이렇게까지 공동체 재건에 나서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딸의 유치원 때문이었다. 주씨의 딸이 다니던 유치원이 지역 인구 감소로 갑작스레 문을 닫게 되자 주씨도 지방소멸 위기를 크게 실감하게 됐다.

“딸이 다니던 유치원에서 어느 순간 문을 닫겠대요. 그동안 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해왔는데,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원도 줄자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는 거예요. 딸은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지게 돼 크게 상심했어요. ‘더 이상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주씨는 동네 청년들을 불러 모아 달빛탐사대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탐사대는 소소한 모임에서부터 시작됐다. 갖가지 직업을 갖고 귀향한 청년들이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프로젝트의 싹이 튼 것이다.

“탐사대를 운영하는 주체는 ‘같이살자’라는 그룹이에요. 제가 이곳에서 식당 창업을 한 지 7년쯤 됐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귀향 한 청년들은 ‘서울에서 하던 일이 실패했나 보다’라는 시선으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았어요. 그러면 고개 숙인 채 자기 일만 하게 되거든요. 자꾸 속은 들끓는데, 고민이 있어도 털어놓을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렇게 조금씩 조끔씩 모이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결국 이렇게 커졌어요.”

달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밤하늘에 물든 달빛은 무언의 희망과도 같아 보이지만 달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저 흙먼지로 가득한 피폐한 행성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 주씨는 그러한 달의 이중성을 빗대 도시를 표현했다.

“달빛탐사대라고 이름을 붙인 건 단순했어요. 문경의 ‘문’이 달을 뜻하잖아요. 잿빛 같은 이 마을에 밝은 빛을 밝혀보자는 의미에서 그 이름을 붙였어요. 문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늘에 떠 있는 달은 그 자체로 아름답기에 사람들이 소원을 빌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달에 가보면 정말 보잘것없는 회색빛 행성에 불과하고요. 제가 과거에 살았던 문경도 그와 같았어요. 이곳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었죠. 그런데 서울에 와보니 문경보다 더 삭막하더라고요. 내 고향은 높이 뜬 저 달처럼 아주 예쁜 곳이었구나, 그제야 깨달았죠.”

주씨는 탐사대의 대표 키워드로 ‘취향 공동체’를 꼽아 들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농촌 정착 실험을 하는 공동체라는 뜻에서다.

“이주하는 청년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여기서도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실험 단계를 거치게 돼요. 그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이들을 도와주는 게 저희들의 역할이에요. 2020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많은 참가자들이 드나들었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가지고 오세요. 우리랑 같이 합시다’가 저희의 모토에요.”

달빛탐사대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55개 개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참가자만 3년간 167명에 달한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면서 공연·예술행사가 전부 취소되던 때 가야금 기반의 퓨전 국악 밴드인 ‘야금야금’팀과 문경새재 공원에서 버스킹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호텔조리학과를 나와 이탈리아 현지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중 코로나19로 귀국하게 된 한 참가자에게는 문경에서 제과점을 차리는 데 도움을 줬죠. 이 참가자는 가게의 자리가 잡히면서 결혼도 하고 부모님까지 문경으로 모셔 현재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씨는 공동체 운영에 성과는 지역 청년과 이주 청년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 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 청년과 외지 청년이 서로 구분 없이 같이 어우러져 지내야 마을도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출신 청년들이 먼저 나서서 외지 청년들을 맞이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가 않아요. 쉽지 않은 일이죠.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외지 청년들의 적응도 빨라지고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달빛탐사대, 같이살자도 그동안 외지 청년과 지역 청년을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해 왔던 것입니다. 이러한 저희의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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