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략폭격기 이착륙 가능토록 제2공항 확장 건설도 제시
국민의힘 북핵특위 보고서 “제주전략도서화 검토 필요” 파문
오 지사 “도민생존권 위협…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 격앙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7일 여당인 국민의힘 북핵 위기 대응 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따른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27일 여당인 국민의힘 북핵 위기 대응 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따른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이하 국힘 북핵특위)가 북핵 대응 전략으로 한반도에 미 핵무기를 전진 배치할 경우 ‘제주도가 최적’이라고 논의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국힘 북핵특위가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의 전략도서화 검토 필요 △제주 제2공항 건설 시 미 전략폭력기가 이착륙 가능한 활주로 건설 및 핵무기 임시 저장시설 구축 검토 등도 포함됐다.

특히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고착화된 지 오랜 가운데 이번 보고서 내용으로 인해 ‘공항=갈등’ 등식이 더욱 표면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국힘 북핵특위의 보고서대로 진행될 경우 2007년부터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될 때까지 강정마을에서 자행됐던 국가폭력이 재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 채택에 앞서 지난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북핵 위기 대응 세미나’를 주최한 자리에서 한기호 국힘 북핵특위 위원장의 ‘제주도 전략도서화와 전략군’ 제언을 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제주도에 향후 핵전력을 운용할 전략군과 해병 제3사단 창설, 기지방어사령부, 스텔스비행단, 제2미사일사령부, 제2잠수함사령부, 제2기함대사령부 등을 설치하자는 제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주를 ‘군사의 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보고서 채택과정에서도 ‘제주도의 전락도서화 검토 필요’가 거론되면서 상황에 따라 추진 가능성을 남겼다.

이와관련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7일 오후 도청 기자실에서 ‘여당 북핵 위기 대응 특별위원회 보고서 채택에 대한 입장’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오 지사는 “제주를 아예 군사기지 섬으로 만드는, 제주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무책임한 방안이 여당 내에서 논의됐다”며 “이는 분명 제주와 도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용으로, 있을 수도 없고, 검토조차 없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지사는 “도지사로서 제 입장은 단호하다. 평화의 섬 제주에 핵 배치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받아들여서도 안된다”며 “제2공항이 군사공항으로 활용된다면 건설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이어 “74년 전 4·3이라는 역사적 이데올로기 비극을 평화와 상생의 정신으로 이겨내면서 과거사 해결의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는 곳이 제주”라며 “세계 지도자들 간 정상회담이 여러 번 열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논의했던 이곳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더 이상 군사화 검토 대상이 아니라 세계 평화의 길을 협의하는 평화교류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게 도민과 한반도를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이러한 내용은 최종 보고서 내용은 아니’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최종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회의 자료에 명시된 내용인데다, 지난 10월 국힘 북핵특위 위원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다”며 “국민의힘과 면담을 통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정부와 협의가 진행됐는지 확인하겠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가 북핵 대응을 위한 미 핵무기 전 진 배치 최적지라는 국민의 힘 특위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를 규탄하는 도 내 정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커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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