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우의 차이나 칼럼- [48]

중국에서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춘제(春節)의 의미는 각별하다. 정확히 언제부터 춘제가 명절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기원전 2000여년 전 순(舜)임금 시기 신하들을 거느리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날을 한 해의 시작으로 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춘제 기간은 사실상 한달
필자가 중국에 체류했던 10년 전에는 춘제 연휴가 일주일이 아니라 사실상 한 달인 점을 알고 놀라기도 했었다. 농촌에서 도시로 나온 중국인들은 춘제 보름쯤 전부터 음력 1월15일까지 한 달을 고향에 돌아가서 설을 쇠고 다시 도시로 나와 일자리를 찾는 모습이 일상이었다. 중국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중국인에게 춘제의 의미는 각별하다. 
올해 춘제는 중국인들에게 더 특별한 모양이다. 코로나19 봉쇄정책으로 지난 3년간 고향방문을 하지 못했던 3억명의 농민공을 비롯해 연인원 20억명 이상이 이동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우리는 설 특별수송기간이 20~24일까지 5일간 연인원 최대 2000만명이 이동한다.  반면 중국은 지난 7일부터 오는 2월 15일까지 무려 40일 동안의 설 특별수송기간에 일 평균 900만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춘제에는 다양한 행사가 행해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폭죽놀이이다. 악귀를 내쫓는다는 의미의 폭죽놀이는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지금은 대기오염과 안전사고 등으로 대도시에서는 대부분 금지하고 있어서 이전의 풍경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춘제에는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세뱃돈을 주며 새해를 자축한다. 하지만 세뱃돈 규모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에서는 세뱃돈을 ‘야수이치엔(壓歲錢)'이라고 부른다.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주는 이 야수이치엔은 어른들의 성의가 담겨져 있는데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오죽하면 ‘중국의 세뱃돈 지도’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 지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세뱃돈이 가장 두둑한 곳은 푸젠(福建)성이다. 푸젠성 사람들은 세뱃돈으로 3500위안(한화 63만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가장 많았다. 푸젠성에도 가장 부자들이 많이 산다는 푸티엔(甫田)은 세뱃돈이 무려 1만2000위안(한화 216만원)이다. 산시(山西)성과 구이저우(貴州)성이 300위안(한화 5만4000원)으로 가장 적다.
특이한 것은 광둥(廣東)성 사람들은 세뱃돈을 친인척은 물론 단골 커피전문점이나 식당 종업원들에게 성의표시로 전달하는데 그 액수는 50위안(한화 9000원)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국 각 지역별로 세뱃돈으로 아이들에게 주는 돈의 액수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맞지 않는 거금이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얼마가 적정한 지를 놓고도 설왕설래한다.
세뱃돈 액수 상상 초월 논란도 거세
귀향하는 농민공 등은 부모에게 고급 바이지우(白州)나 건강식품 등 다양한 선물을 하게 되는데 올해는 색다른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봉쇄정책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함에 따라 코로나 증상 완화를 위한 감기약이 설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설도 세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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