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이 작은 소쩍새가 거대한 도시 빌딩 유리창을 피하지 못해 곧바로 땅에 떨어졌다. 
새들에게 강력한 천적이 바로 ‘도시’이다. 도시마비와 도시재생, 늘 공존하면서 언제나 경쟁한다. 좋은 도시에는 사람이 몰려들게 마련이고, 제한된 면적은 도시팽창에 따른 부작용과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주거환경의 변화가 도시의 진화를 이끌면서 도시의 역사가 인류사가 되어가고 있다. 인류가 사냥, 농경, 집단 거주생활을 시작한 이래, 몇 차례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신인류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면이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나 홀로 세대가 우세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공지능로봇이 도시의 앞날을 예견하고 이끌고 있다. 도시 새들의 죽음에 아무도 애도를 표하지 않는다.
도시는 더 이상 전통적인 개념의 ‘고향’이 아니다. 아련한 추억과 무한한 잠재력을 분출해주던 고향은 이제 전설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대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도시의 진화를 경험하고 있다. 예측이 가능했던 도시가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부활할지 인공지능도 해답을 주지 않는다. 무엇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어떤 요인이 도시를 병들게 하고 있을까 그리고 누가 도시를 살리고 있을까. 도시화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도시의 참모습을 소멸시킬 뿐만 아니라 작은 새들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새들이 실수하거나 민첩하지 못해 죽었다고 항변할 따름이다.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도시의 탄생과 성장을 거치면서, 도시가 조류와 인류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천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저출산, 고령화, 세대 갈등, 개인주의, 자본주의, 인공지능 등의 사회적 이슈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도시는 지구상의 그 어느 생명체보다 가장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해결사이다. 누구도 인류를 제어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함과 자만심이야말로 인류를 곧 공룡처럼 멸망의 길을 걷게 할 것이다. 제주도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핵심 가치는 경쟁하되 화합하는 도시, 과학기술과 문화감수성이 상생하는 도시, 세대 간의 배려와 존중을 우선하는 도시, 자연과 공생하는 도시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야 새들도 아이들도 안전하다.
곶자왈 속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소쩍새는 죽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콩새도 숨을 쉬지 못했다. 천만다행으로 도시의 새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미 선진국이나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 야생조류 충돌방지 테이프가 제주의 도시 빌딩과 도로 방음벽에도 서서히 채워지고 있다. 버스정류소에도 공공건물에도 흰 점들이 가득해지길 기대한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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