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마을 전국 대상 수상 가경주마을 편도관 대표 사례발표
“가입비 면제 등 조건 완화에 노력…5년간 귀어인 30명 유치”

[기획] 살고 싶은 제주 한달살이 ③ 가경주마을 편도관 대표

가경주마을 편도관 대표.
가경주마을 편도관 대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젊고 활기찬 어촌을 만들기 위해선 어촌계 진입장벽을 과감하게 허물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한국어촌어항공단·귀어귀촌종합센터가 주관하는 ‘2023 귀어귀촌박람회’가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개막했다.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사흘간 진행된 이번 박람회에선 선배 귀어귀촌인들이 무대에 직접 올라 각종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꼽히는 귀어귀촌 우수사례는 가경주마을 대표 편도관(54)씨의 이야기다. 편씨는 개막식 당일 해수부와 어촌어항공단으로부터 올해의 어(漁)울림마을 전국 대상을 수상했다.

어울림마을은 정부의 귀어귀촌과 다문화 정책을 적극 수용하고, 어촌 발전에 노력하는 개방도 높은 마을은 의미한다. 올해로 귀어 5년차인 편씨는 충남 태안군 고남면에서 자그마한 어촌마을인 가경주마을을 운영하며 마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태안군 안면도(고남면)가 고향인 편씨의 이전 직업은 군인이다. 군 간부의 삶을 정리한 그는 2018년 인생 2막을 살아가기 위한 장소로 고향인 이곳을 택했다.

편씨는 이곳에서 어선어업에 종사하며 쭈꾸미와 꽃게 등을 잡아다 연 5600여만원의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마을 사업으로 어촌체험휴양마을을 조성하고,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해 가공공장을 신축, 꽃게 젓갈 등을 가공·유통하고 있다.

특히 해수부로부터 어촌정착상담사 자격을 취득해 귀어귀촌 희망자들에게 관련 기술을 전수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박람회 2일차인 지난 1일 사례 발표를 위해 무대에 오른 편씨는 별 볼 일 없던 시골 어촌마을이 어떻게 모범마을이 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 조명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2023 귀어귀촌박람회’.
지난달 30일 개막한 ‘2023 귀어귀촌박람회’.

편씨는 어촌마을 인구 유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까다로운 어촌계 가입 조건으로 봤다. 어촌계 가입비와 더불어 거주기간, 거주형태와 같은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인구유입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편씨는 “지금의 어촌마을은 귀어인들이 내려와서 살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며 “따라서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등의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편씨는 “시골에 처음 내려오게 되면 600만원의 가입비와 더불어 가족이 함께 살고 있는지, 거주기간은 3년 이상인지 등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 너무 많다”며 “내 돈으로 배를 사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겠다는데 왜 그렇게까지 까다로워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편씨는 이어 “2020년 주민들을 설득하고 가입비를 줄이기 위해 정관을 완전히 개정했다”며 “가입비를 기왕 줄일 거면 아예 면제하고, 그 대신 귀어인들이 열심히 일을 하도록 교육하자는 게 당시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편씨는 어촌의 과감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주민들을 설득해 어촌계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그 결과 최근 5년 사이 30명의 신규 귀어인이 어촌으로 이주해와 마을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과거 어촌계 가입 조건이 까다로웠던 건 무분별한 어획으로부터 마을 어장을 지키기 위해서였지만 인구 유출이 심화하고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하면서부터는 이러한 조건들이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이 됐다. 오히려 이러한 조건들이 시대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망부석처럼 남아 귀어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게 편씨의 관점이다.

어촌계 정관에서 규정하는 상속제도 역시 인구 유입의 걸림돌이 되는 하나의 예에 해당한다. 상속은 부모가 모두 돌아가신 경우여야 무언가 물려줄 수 있다는 개념이고, 증여는 돌아가시지 않더라도 물려줄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어촌에서 고령의 부모가 자식에게 어업권을 물려줄 경우 정관상 상속은 허용되지만, 증여는 불가능하다. 기대수명이 지금보다 낮은 과거에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부모가 어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상속만으로도 문제가 없었지만, 100세 시대인 요즘에는 은퇴라는 개념이 등장해 증여가 무엇보다 필요해진 것이다.

편씨는 정관 개정을 통해 가족간 증여가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마을을 떠난 젊은이들이 별 무리 없이 귀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편씨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결과적으로 어촌을 젊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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