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 전통문화예술 1번지를 꿈꾼다③
돌문화공원, 예술인마을조성사업 일환으로 입주자가 6명 선정
지난 7월부터 초가 1동씩 작업실로 제공…내달 기획전시 개최

금방이라도 아궁이에서 피운 장작이 지붕 위로 연기를 피어올릴 것만 같은 제주돌문화공원 안에 자리잡은 고즈넉한 전통초가마을.

지난 2011년 큰지그리오름과 작은지그리오름, 바농오름 등 3개 오름을 배경으로 제주돌문화공원 남쪽 부지 3만5000㎡(1만여 평)에 재현된 제주전통초가마을 ‘돌한마을’.

지난 여름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발길이 잦아지며 온기가 돌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이 전통초가를 활용한 예술인마을 조성사업을 통해 예술인들에게는 안정적인 창작활동의 장소를 제공하면서 ‘전시물’로 머물러 있는 돌한마을을 문화예술을 창작하는 발원지로써 문화예술의 향기로 채워보겠다는 새로운 도전이다.

이를 위해 제주돌문화공원은 지난 4월 전통초가 입주작가 모집공고를 내고 5월 중 최종 6명의 입주작가를 선정했다.

전통초가마을 ‘돌한마을’에는 19가구 49동 초가 가운데 6동이 입주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작가들은 지난 7월부터 이곳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 유창훈 작가 “제주의 바다, 오름, 한라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

유창훈 작가가 초가 작업실에서 한바탕 웃어보이고 있다.
유창훈 작가가 초가 작업실에서 한바탕 웃어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제주지역미술인들의 구심체인 ㈔제주미술협회 수장이었던 유창훈 작가도 전통초가의 제1기 입주작가다.

“평소 돌에 관심이 많은 편이잖아요. 제주바다에 있는 갯바위를 10년 동안 그렸고 별명도 ‘먹돌’이고 돌과 인연이 있는 것 같아요.”

전통초가에서 만난 유 작가는 “지난 3월 우연한 기회에 제주돌문화공원에서 하는 기획전을 하게 됐는데 전시기간 동안 주변을 걸어보니까 상당히 그릴 것이 많았다”면서 “숲길을 걸을 때면 태초 제주도의 모습은 이랬겠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평소 꼭 현장에 가서 스케치를 하는 그에게 제주돌문화공원은 무궁무진한 작품의 세계를 열어준다.

그는 “제주의 바다, 오름, 한라산 발품을 팔아야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제주돌문화공원 안에서는 다 볼 수 있다”면서 “오는 12월에는 입주작가들이 모여서 기획전을 하는데 그때 이 돌문화공원 안에 돌을 모두 그려 넣은 오백장군 전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유 작가는 “제주돌문화공원에는 석상이 굉장히 많은데 모두 모양새가 다르다”면서 “어떤 돌은 그냥 사람모형인가 하고 더 가까이 가면 노인 같기도 하고 우는 사람도 있고 웃는 사람도 있고 돌에 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작가는 이곳 연습실에 있을 때는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 TV프로그램과 진행했던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를 그리던 때가 떠오른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조용한 분위기와 초가 처마 밑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담장과 그 담장 밑에 핀 꽃들이 김정희 선생의 유배지 풍경과 꼭 들어맞아서 나도 마치 유배 온 듯한 느낌도 들긴 해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억새가 금빛으로 빛나는 풍경이 그리지 않아도 작품으로 다가오는 늦가을의 어느 날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된다.

# 이현령 작가 “생애 첫 전시를 열게 해 줄 용기 주는 곳”

이현령 작가가 초가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현령 작가가 초가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유창훈 작가가 ‘돌의 작가’라면 한국화 매력에 빠진 이현령 작가는 ‘나무의 작가’다.

그에게 절대적 위로가 필요했던 2014년. 아는 곳도, 아는 사람도 없이 무작정 찾아온 제주에서 뒤늦게 그림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이 작가가 제주돌문화공원을 찾는 이유는 기승전결 ‘힐링’이다.

“제가 그림을 좋아했더라고요. 지겨움을 느낄 새 없이 꾸준히 붓을 잡고 있어요. 뒤늦게 찾은 인생의 낙이죠.”

숲과 나무를 좋아해서 찾아다닌 오름이 셀 수 없을 정도고 친구와 정답게 걸어 다니는 올레길을 좋아하고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곶자왈은 더할 나위 없는 매력덩어리다.

처음에는 오백장군갤러리 입구 건물에 있는 담쟁이에 반했다는 이 작가는 “제주돌문화공원에는 제가 좋아하는 숲이 있고 돌이 있다”면서 “어디를 둘러봐도, 어디에 시선이 멈춰있든지 모든 게 작품이 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하게 된다는 그는 이번 창작작품들을 거름 삼아 내년 첫 전시에도 용기를 내 볼 작정이다.

이 작가는 “비가 오는 날 이 처마에 맺히는 빗방울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면서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오기 힘들다고 하는데 눈 쌓인 초가도 꼭 한번은 보고 싶다”고 말했다.

# 오은희 작가 “사색하고 사유하는 ‘나만의 공간’ 최고의 선물”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세상 같은 점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오은희 작가.
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른 세상 같은 점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오은희 작가.

뒷문을 열면 오름 앞으로 소담하게 앉아있는 초가, 그 앞으로 보이는 겹담과 먹구슬나무. 보이는 풍경이 그냥 액자가 되는 풍경은 오은희 작가의 작업실 최고의 혜택이다.

안거리와 밖거리(바깥채)가 마당을 중심으로 ‘이(二)’자로 구성된 두거리집의 오 작가는 2007년 대학 졸업전시회 당시 견에 니금작업이라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작업을 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가 남편과 돌을 갓 넘긴 아이를 동반해 그가 대학시절 혼자서는 처음 온 제주로 다시 온 것은 2017년이었다.

당시 70주기를 맞은 4·3을 알게 됐고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의 아픈 4·3을 위해 ‘쓰임’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림을 다시 그리면서 아이와 닮은 캐릭터 ‘무아’를 소재로 전시회를 열고 굿즈를 만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회적협동조합도 꾸렸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또다시 휴식기를 가졌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제주돌문화공원 초가예술 입주작가로서 자격을 갖게 됐다.

“제게 나만의 집이라는 공간이 생겼잖아요. 사실 그림을 그리는 기술적인 부분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사색하고 사유하는 나만의 공간이 있어야 되는데 두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그게 쉽지 않잖아요.”

이미 표정으로 세상을 다 가진 그는 차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 이곳의 최대 장점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금은 오행 중에서도 중앙의 색이고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는 존재로 신격화되기도 한다”면서 “제주돌문화공원은 제주의 창조신화 설문대할망이 있는 곳인 만큼 제가 가진 재주와 귀한 소재로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돌문화공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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