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제주도는 내만이 없어 파도영향 때문에 바다를 이용한 양식어업은 불모지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바닷물을 육상으로 끌어 들여 육상수조에서 고기를 양식하는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나 넙치양식은 성장도 좋고 가격도 좋아 양식어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급속하게 성장되어 나갔다. 지금은 제주도 1차산업에서 두 번째 가는 소득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년 간 조 소득이 2천5백억 원을 넘나든다. 제주도 효자산업이기도하다. 이러한 넙치양식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양식하다 죽은 넙치를 냉동시켜 호텔 등 음식점에 팔아넘기는 가하면 병든 넙치를 식당가로 팔아넘긴 양식업자와 유통업자가 적발되었다. 이 것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죽은 넙치 처리시설에 대한 건의를 여러 차례 행정당국에 했지만 당국이 묵살해온 데서부터 비롯된 예견된 일이었다.

이를 적발한 사법당국은 한 건 올렸다고 자랑하면 언론은 무차별 떠들어 댔다. 제주도 양식 넙치는 제주도를 넘어 나라 전체로 그리고 일본으로 퍼져나갔다. 터진 김에 더 터진다고 일본으로 수출된 넙치에서 항생제가 검출되었다. 제주도에서 선적된 넙치가 아니라 부산에서 선전된 넙치에서 검출된 것이지만 제주도 넙치 수출중단이라는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행정당국과 양식업계는 대책마련에 야단법석 동분서주 했다. 어떻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식업계는 스스로 반성하면서 자율적인 양식산업 전반에 대한 정화작업에 나섰다. 행정당국은 죽은 넙치, 병든 넙치를 처리 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지원은 물론 양식수산물 유통에 대한 도 조례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처럼 양식업계와 행정당국이 힘을 모으는 결속력이 돋보인다. 너무나 잘하고 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이러한 일 들을 계기로 양식업계가 새로운 각오로 일어서기를 기대한다.

자율규제의 장점을 살리라

제주도 양식산업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생산적 측면에서의 좋은 환경과 여건도 있지만 소비시장에서 보면 ‘청정하다’ ‘싱싱하다’는 이미지가 최고의 경쟁력이라 할 것이다.
제주도 양식넙치에 먹칠 할 수 있는 검은 것, 죽은 것, 병든 것, 규격미달된 것, 항생제가 검출되는 것 등은 절대 유통시켜서는 안 된다. 이것만이 제주도 양식산업을 키울 수 있는 길이다.

이와 같은 일은 빠를수록 좋다. 법률로 해결하려하면 기대하기가 어렵다. 도 조례를 통해 뒷받침을 얻으면서 조합자체의 자율규제가 병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법의 강한 규제만을 통해 이러한 유통문제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도 양식업자는 해수어류양식수협의 조합원이다. 조합의 자율규제가 요구된다. 자율규제가 가능한 조직은 법의 규제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자율규제다. 동종 업을 하는 조합원 간에는 정보가 흐른다.

어느 양식장에 죽은 넙치, 병든 넙치, 시커먼 넙치, 규격미달 넙치가 어디로 어떻게 유통되고 처리되는지 서로서로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동종 업에 종사하면서 잘못을 법에 고발하면 원수가 되고 만다.

그러나 자율 규제인 경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이므로 서로서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기가 수월하다. 이것이 법규제보다 자율규제의 장점이다. 조합원 합의에 의한 자율규제 방안을 양식조합이 마련해야만 한다. 행정기관은 이러한 일들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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