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속의 섬인 비양도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젊은 대원들과 함께 섬 생활을 한 지도 7개월이 지났다.

섬생활이라는 게 때론 녹녹치 않은 시류의 물결이 내 안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어오기도 하고, 때론 세사의 허망함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한다.

섬사람들은 마음을 드러내놓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외지인을 경계하나 일단 믿음이 생기면 모든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모두 다 순박한 탓이고, 척박한 삶을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그런데, 최근 이 섬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타협의 바람이거나, 외부세계에 편입되는 거센 풍파일 지도 모른다.

지난 추석날은 처음으로 신고전화를 받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현장에 나가보니 집주인이 출타 중에 방 유리창을 깨뜨린 사건이었다.

모두가 내탓인 것만 같았다.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자, ‘소장이 뭔 잘못을 했냐’며 등을 떠미셨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보건지소장의 하소연이 떠올랐다.

심야에 취객이 여자 혼자 있는 진료소 문을 두드려서 무섭다는 말이었다.

왠지 평화가 깨지는 듯한 아련한 아픔이 솟구쳤다.

최근 마을 분들과 범죄예방을 포함한 안전망구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공공기관 및 그 시설의 보호, 위급상황시 구급체제 유지, 대형사건사고시 조치, 화재발생시 조치, 관광객 보호 등 유기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특히 1인 근무지인 분교와 보건지소의 경우 해당 관서에서 CC-TV설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어쨌든 이 가을, 섬에는 그리움이 있다 하지 않은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유년의 아련한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다 하지 않은가.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어느 시인의 절규처럼 혼돈과 왜곡으로 가득 찬 세상을 잠시 떠나보는 것도 좋은 지혜가 아닐까 한다.

빛나는 영혼의 울림이 조석으로 다가오는 곳.

지금 그곳에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안전한 비양도가 있다.

김  원  욱
서부경찰서 비양도초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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