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꿈을 찾아 나선 아이들] 2. 중앙여고 강예리 양연구과제 발표하고 반원들 이끌며 미래 교사로 예비수업도

 

올해는 ‘한국 수학의 해’다.

교육부 등은 최근 선포식을 갖고 수학을 미래 과학기술 발전의 기초 학문으로 높게 평가하며 “수학문화 대중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 수학 천재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수학을 좋아하고 수학을 통해 꿈을 키워가는 학생이 있다. 개학 이튿날, 학생들 이름도 외우지 못한 담임을 찾아가 당돌하게 수학교과동아리 개설을 제안하고 친구들과 수학 연구과제를 발표하며 미래 ‘수학교사’의 꿈을 키워가는 제주중앙여고 2학년 강예리 학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18일 강예리 양을 만났다.

 

 

▲ 명확한 답이 있어 즐거운 수학

▲ 동아리는 꿈을 키워준 ‘소중한 둥지’ 
지난해 3월, 예리 양은 담임을 찾아가 수학교과동아리 개설을 제안했다. 담임을 만난 지 이틀째, 이승민 교사는 미처 학생들의 이름도 다 외우지 못 한 때였다.

학생은 수학을 좋아해 수학교사가 꿈이라고 했고 담임은 오랜만에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제자를 만나자 교직생활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듯 힘이 솟았다. 

예리 양이 수학동아리를 제안한 것은 1학년 때 학생 수 미달로 원하는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 입학 후 수학동아리에 맨 먼저 가입을 희망했지만 신청자는 1학년을 통틀어 예리양 단 1명뿐이었고 동아리는 폐쇄됐다. 하는 수 없이 들어간 봉사동아리는 예리 양의 꿈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 3월, 신나는 동아리 활동이 시작됐다. 수학을 매개로 마음이 잘 맞던 담임과 예리 양은 동아리를 어떻게 꾸려갈 지 늘 상 머리를 맞댔고, 고2 이과 3개반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은 결과 가입희망자가 스무 명을 훌쩍 넘겼다.

 

▲ 미래를 상상하는 시간
동아리는 반원들이 수학 문제를 만들어오거나 연구 주제에 맞는 내용을 조사해 온 후 앞에 나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면 그런 문제들이에요. 어떤 그룹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생일이 같은 사람이 모이려면 366명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23명만 모여도 생일이 같은 두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를 넘고, 57명이 모이면 99%를 넘어가요. 막상 계산을 해보면 막연히 생각했을 때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 나와요. 그래서 이 문제를 ‘생일 역설’이라고 해요”

지난 12월에는 한해 동아리 활동을 마무리하며 열린 ‘셀비어 창체한마당’에서 ‘스트링 아트’와 ‘세팍타크로 공 만들기’ 부스를 운영해 상을 받기도 했다. ‘스트링 아트’는 직선만 사용해 곡선처럼 보이게 만드는 실 엮기로, 두 점을 연결하는 규칙이 함수와 같다.

빳빳한 직선 노끈으로 공을 만드는 ‘세팍타크로 공 만들기’에는 정다면체의 원리가 숨어있다. 이날 체험과 전시는 수학을 싫어하던 친구들의 관심까지 끌었고 행사 후 열린 ‘제2회 샐비어 창체 한마당 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안겼다.

동아리 활동은 교사가 꿈인 예리 양에겐 예행연습의 시간이기도 했다.

리더가 되어 협동 과제를 이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웠고,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구체적인 모습도 그릴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어요. 그래서 수학이 더 좋아졌고, 학교생활이 더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느낀 것이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과 친해지는 일이라는 거예요. 수업을 잘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거리감을 주지 않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 명확한 답이 있어 즐거운 수학
예리 양은 명확한 답이 있어 수학이 좋다. ‘생각해보시오’라며 말미가 긴 국어 질문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동여중 시절 수학은 항상 전교 5등 안에 들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는 자기주도학습에 더 몰두하고 있다. 동아리를 비롯해 수학 관련 활동에 참여하며 느낀 감정들은 자극이 되고 강한 학습동기로 작용했다.

1학년때는 제주도중등수학교육연구회가 주최한 ‘2012 제주수학축전’에 참가해 ‘수학이 있는 UCC 공모전’에서 입상했고, 지난 여름에는 서울대가 주최한 ‘제5회 자연과학 체험캠프’에 참여해 서울대 현직 교수들로부터 다양한 수업을 듣기도 했다.

예리 양은 지금 이 시간을 꿈을 찾아간 소중한 시절로 기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꿈은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말해주는 것 같아요.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고, 그래서 오늘이 즐거워져요.”

올 초 정부는 2014년을 ‘한국 수학의 해’로 선포했다.
수학의 대중화와 인력양성이 수학의 해 선포의 핵심 테제라면 예리 양이야말로 정부의 계획을 몸소 실천하는 진정한 미래의 주역이 아닐까.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