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질이야기2. 제주 '화산학1번지' 송악산

화산지질학의 보고인 제주도에서 ‘화산학 연구의 1번지’가 송악산이다. 주제별로 따져보면 제주 화산의 연구장소는 크게 한라산?오름?용암동굴로 분류할 수 있겠다. 이 가운데 제주의 가장 특징적인 자원이 오름이다.

360여개의 오름 중에서도 10여개만 분포되어 있는 수성(水性)화산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된다. 수성화산은 대개 그 생성시기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화산이고, 이중화산체(二重火山體)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응회암의 퇴적층으로부터 다양한 화석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연구가치가 있는 수성화산 분포지역은 3지역이다. 성산일출봉?송악산?수월봉 주변이 해당된다. 성산일출봉 주변에는 두산봉과 쇠머리오름이 모두 수성화산에 속한다. 성산일출봉이 부셔져서 인근에 쌓인 신양리층이라고 부르는 퇴적층에서는 유공충과 패류화석이 나온다.

인근 우도의 쇠머리오름에서는 갈대화석이 발견됐다. 화산이 바닷속에서 폭발한 시기와 동식물 화석의 생태학적 특징을 비교하면 당시의 환경을 그려낼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것으로서 제주도의 고환경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송악산 주변에는 용머리 해안과 단산이 수성화산이다. 용머리와 단산은 오래된 화산인 반면 송악산은 젊은 화산이다. 젊은 화산이라는 말은 그 생성시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송악산의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하모리층에서 사람발자국을 비롯하여 사슴발자국?새발자국 등의 화석이 많이 확인됐다.

인근 사계리 해안에서 발견된 사람발자국 화석은 송악산이 해안선에서 가까운 바닷속에서 격렬한 폭발과 함께 분화구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층 속에 묻혀있는 흔적들이다.

이 모든 화석의 존재할 수 있었던 원인은 바로 송악산 화산의 분화였던 것이다. 결국 송악산 화산의 분화시기를 알아낸다면 이 화석들의 나이도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 하모리층 하부의 고토양에서 3600년 전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점으로 미뤄 하모리층은 그 이후에 쌓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모리층 인근 해안에서 확인되는 상모리 패총의 연대가 주로 2500년 전의 유적으로 인정되는 것을 감안할 때, 송악산 주변에서 선사인들의 문화상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제주도 서부의 고산마을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수월봉에는 이웃한 당산봉이 있다. 당산봉은 오래된 화산이고 수월봉은 젊은 화산이다. 수월봉 해안 절벽의 상층부에는 약 1만년 전의 고산리유적이 있다.

고고학적으로 제주에서 가장 확실하게 인정할 수 있는 고산리유적의 사람들은 왜 하필이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이곳 고산리 자구내 포구 해안 절벽 위에 터전을 잡았을까? 그리고 수월봉은 과연 언제 형성되었을까? 물론 고산리유적보다는 앞선 시대겠지만.

이와같이 제주에서 매우 중요한 선사시대의 상황을 타임캡슐과 같이 품고 있으면서 우리들에게 끊임없는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곳이 바로 수월봉 지역이다. 수월봉 주변에서는 아직까지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다.

수월봉 하부에 고산층이라고 부르는 퇴적층이 분포되어 있다. 앞으로 이곳에서 화석이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수십만년 전 산방산?용머리?단산은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다. 80만년 전이라고 하는 아주 오래된 생성연대를 갖고 있는 조면암의 용암돔인 산방산은 지금의 범섬?문섬?섭섬과 같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었다. 지금 산방산의 모습은 마치 이들 섬들을 육상으로 옮겨놓은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산방산에서 볼 수 있는 조면암의 주상절리와 깎아지른 절벽은 당시 바다와 접한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인근의 단산도 수성화산체이다. 수십만년 전에 단산도 바닷속에 위치하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 단산의 모습은 마치 용머리와 마찬가지로 바닷가에서 파도에 의해 침식을 받아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이 지역은 과거 바닷속 환경을 연상케 한다.

수만년 전에는 광해악현무암이 분출하여 송악산 주변 해안을 덮고 있었다. 현재 산이수동 해안에서 관찰되는 까만 현무암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해안선에 있었다.

광해악현무암이 관찰되는 지역이 곧 해안선인 셈이다. 그 후 섯알오름과 동알오름이 분출했고, 주변에는 넓은 해안 늪지대가 존재하고 있었을 것이다. 해안선을 따라서는 모래언덕이 분포하고 있었다는 것이 고고학적 발굴조사에서 확인됐다.

3600년 전인 신석기 후기에 송악산은 해안선 부근의 수심 수m의 얕은 바닷속에서 강렬한 수성화산으로 폭발했다. 엄청난 규모의 화산이었다.

현재 확인되는 화산재와 스코리아성 퇴적층의 분포범위는 서쪽으로는 하모해수욕장, 동쪽으로는 화순해수욕장 소금막까지에 이른다. 이 퇴적층에는 조개껍데기가 다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는 퇴적 장소가 바로 해안선이었음을 가리켜주는 것이다.

송악산 분화구로부터 가까운 곳에서는 화산재가 주로 퇴적되어 사람발자국 화석과 새발자국 화석 등이 찍혀있다. 분화 말기로 갈수록 퇴적물은 송이(scoria)로 바뀐다.

이는 송악산이 분화구를 두 개 가지는 이중화산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다. 송악산은 응회환 내부에 분석구와 용암호수를 갖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초기에 수성화산활동이 후기에는 마그마성 용암분출로 바뀐 것이다.

송악산 내부의 중앙부에 송이로 이루어진 깊이 69m의 분화구가 그 증거다. 제주도에는 이런 수성화산체가 곳곳에서 관찰된다. 이른바 이중화산의 형태이다. 우도의 쇠머리오름 가운데에 주차장이 있는 곳의 망동산도 분석구이고, 올레 1코스인 두산봉의 알오름, 당산봉의 알오름도 모두 수성화산체 속의 분석구이다.

이들은 화산활동 초기에는 바닷속이나 해안선의 지하수가 존재하는 곳에서 수성화산활동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화구 속으로 물의 공급이 차단되거나 지하수가 소진되어버려 육상화산활동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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