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제주도 공기업의 현주소(4) 제주문화예술재단

2001년 공식 개원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문화예술진흥에 대한 기획과 지원을 하는 도내 문화예술의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 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당초 적립하기로 한 적립기금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업비와 운영비 대부분을 정부와 제주도의 보조금에 의존하면서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고, 지방선거 이후 지명된 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대부분이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지역의 대표적인 ‘공신 인사’가 이뤄지는 기관으로 비하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 분야는 기다림이 필요한데 지금 재단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재단 이사장이 도지사의 필요에 따라 임명되고, 정치적 판단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선거공신=이사장(?)

문화예술 업무는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한데, 잦은 인사로 인해 재단은 본연의 업무를 소홀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제주의 문화예술정책을 개발하고 제주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선거공신이 재단 이사장에 오르는 일이 반복 되선 안 된다는 게 도내 문화예술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얼마 전까지 재단 이사장까지 선거공신으로 채워 넣는 행태가 반복되다보니 사업의 중요성과 선후 관계를 마련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더욱이 재단 개원 14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수익사업 하나 없이 도내 문화예술인들에게 ‘떡 반 나누기 식’ 사업에만 집중하는 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잇단 비리에 도민사회 공분

최근 몇 년간 문화예술재단의 각종 비리가 적발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2012년 제주도의회의 행정감사에선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후원을 받아 외유를 했고 직원 가족의 운영업체와 특혜성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지난해 제주도감사위원회 조사결과 사실로 드러나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감사위원회 조사결과 양영흠 전 이사장은 취임(2010년 8월5일)직후부터 2012년 10월31일 사이 모두 2억8242만원(105건)의 인쇄계약 금액 가운데 1억4960만원(20건, 53%)을 재단 직원의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양 전 이사장은 재단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단체의 예산으로 2012년 8월 일본에서 열린 미술가연맹 합동교류전에 참가하는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재단은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를 업무 관련자가 아닌 인사들에게 축의·부의금품으로 사용했고, 모자란 업무추진비(재단 이사 추석명절 선물구입비)는 116만원 가량을 직원들에게 거두기도 했다.

지난 9월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는 재단 공모사업인 창작오페라 ‘拏(라)애랑 & 배비장’ 사업의 부실 정산 문제를 집중 질타하고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제주오페라단은 지난해 사업명목으로 3억원을 지원받고 '拏(라)애랑&배비장' 공연을 개최했지만 3회 공연 공연에 그치는 단발성 행사로 끝났고, 이후 정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입장료 수입의 경우 1억1500만원으로 집계됐지만 1450만원만 신고하면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은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자체 재원 부족...제주도 눈치만
 
설립 초기 재단은 오는 2020년까지 300억원의 재단 육성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그러나 올해까지 적립금은 목표액의 48.4%인 145억21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올해까지 조성된 기금 중 제주도가 135억5500만원을 출연했고, 민간 출연금은 9억6600만원에 불과했다.

재단육성기금은 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필수 재원이다. 하지만 적립금 중 상당액이 제주도에서 지원받으면서 제주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올해 사업예산의 자체자금 비율도 27.4%에 불과해 부족한 사업비 중 상당수는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의 올해 사업예산은 82억9800만원이지만 자체 운영자금은 22억8000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72.5%의 예산은 국고 보조금(30억7100만원)과 제주도 보조금(29억4700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은 이들 예산도 사용하지 못해 제주도의 보조금 중 절반가량을 매년 이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집행 잔액으로 이월되는 예산을 살펴보면 2012년 19억879만원, 2013년 15억4705만원이고, 올해의 경우 지난 10월까지 18억1976만원 등이다.

이런 이유로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지난 5일 내년도 예산안 계수조정을 통해 올해보다 2억원 증액된 제주문화예술재단 운영비 6억원을 4억원으로 감액하고, 출연금 30억원 중 20억원을 감액했다.
 
지난 8월 공식 취임한 현승환 이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재단은 문화예술인들과 소통을 통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제주문화예술 진흥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만큼, 임기 동안 균형 잡힌 창작 진흥과 도내 예술인 지원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할지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매일 박민호 기자]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