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 행복한 제주<13> 김두연 고려페인트사 대표

4·3희생자 유족들의 아픔 치유에 앞장섰던 이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 활동을 꾸준히 펼쳐 도민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제주시 도남동 소재 고려페인트사 대표 김두연(69)씨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는 4·3사건 때 아버지와 형을 잃은 피해자다. 김씨의 형은 산사람(산군)으로 오해받아 1948년 총살당했다. 이듬해 그의 아버지는 검은오름에서 산사람에게 살해당했다. 김씨는 아버지의 유해를 1987년이 돼서야 찾을 수 있었다.

그는 2003년부터 4년간 4·3희생자유족회장을 맡는 등 유족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섰다.

아버지가 세상을 뜬 뒤 가세가 기울어 그는 공부를 포기해야할 만큼 힘겨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3년이 넘도록 중등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입학금과 수업료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친척과 주변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겨우 마쳤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것이 성인이 돼 어려운 사람을 적극 돕는 계기가 됐다.

김씨는 “일본에 살던 9촌 삼촌이 제주에 왔다가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나를 보고서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며 “고등학교 선생님도 자신의 집에 살게 하면서 공부하는데 힘을 보태줬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페인트 가게를 1995년 인수해 부인과 함께 20년 가까이 키웠다.

김씨는 생활이 안정되자 ‘나눔’에 눈을 돌렸다. 다사다난한 사회생활을 보낸 그는, 주변에 힘든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전역 후 별장에 투자했다가 부도가 나서 모든 것을 잃기도 하고 예비군 중대장으로 지내다 강제로 퇴역당하는 등 사회생활이 순탄치 않았다”며 “이때 가족과 이웃들의 도움으로  재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고향인 조천읍 함덕에 사는 어려운 노인에게 8년간 성금을 전달했다. 또 2004년 조천읍 아가의집의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적·자폐아동들을 후원했다.

특히 2012년 착한가게 캠페인에 동참해 현재까지 매월 수익금의 일부를 기탁하고 있다. 또 집수리봉사활동을 펼치며 필요한 재료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1년에 3번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도배와 페인트질 등 무료 집수리 봉사를 하고 있다.  

김씨는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고 공부도, 사회생활도 힘들었지만 나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며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가입돼 있는 착한가게들을 보면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들”이라며 “제주엔 수많은 재력가들이 있는데 이 분들도 나눔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매일 윤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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