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가용예산 1200억원 중 절반이 누리과정
교육사업 차질 뻔한데 도의회는 해결 방관 ‘지적’

지난 14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치를 증액 편성한 제주도의회의 직권조정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의 주체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가피 '동의'했다는 의미였다.

이 교육감은 당일 제주도의회 연단에 오르기 전까지도 부동의와 동의를 놓고 깊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육감이 예상을 깨고 예산안에 동의한 것은 우선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할 수 없다는 이유가 하나고, 부동의에 따라 준예산 사태로 갈 경우 인건비와 공공요금을 제외한 일체의 예산 집행이 불가능해져 내년 교육사업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 성향의 이석문 교육감을 수장으로 맞아들인 제주도교육청은 내년이면 '배려와 협력의 제주교육' 3년차에 접어든다. 혁신학교 2년차 운영을 비롯해 고교체제개편 본격 추진, 읍면지역 학교 무상교육 등 박차를 가해야 할 사업이 산적하다.

특히 앞서 제주교육에 없던 새로운 교육의 흐름을 안착시키기 위한 이 교육감의 행보는 더 바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그 액수만으로도 제주도교육청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도 본 예산 8270억원 가운데 인건비 5500억원과 학교기본운영비 1500억원을 제외하면 남는 가용예산은 대략 1270억원. 2016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은 이중 40%인 458억원에 이른다.

이 교육감으로서는 임기 중에 다가온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100% 시도교육청 전가'라는 정부의 정책이, 공약의 성공적 정착을 방해하는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한 셈이다.

더불어 지난해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위해 지방채로 발행한 357억원의 빚과 어쩌면 올해 또 지게 될 수백억원의 빚까지 포함하면 교육청의 한정된 가용예산은 매년 원리금 납부 등으로 점점 줄어들수 밖에 없다. 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사태를 교육자치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의회가 앞서 교육청 예산을 증액 손질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방식과 발언은 교육자치의 실현에서 의회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도의회 교육위와 예결위 의원들은 예산 부담의 책임이 일부 정부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인상은 풍기면서도 한결같이 교육청의 수용만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열악한 지방교육의 재정상태와, 누리과정 무상 교육의 출발점이 정부였다는 점, 특히 이번 사태가 한 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도의회는 교육감과 힘을 모아 논리를 개발하는 자세를 보였어야 더 '특별자치도의회'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복수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누리과정 사태의 본질을 잘 아는 의회가 상대가 정부라는 이유로 해결을 외면한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교육자치는 물론 지방자치의 가치도 지켜주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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