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 행복한 제주 <74>
강경현 ㈜KFG 재무관리사

▲ 근무하는 강경현씨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활짝 웃어보이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접한 ‘어떤 것’이 우리 삶에 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쩌면 그 우연은 큰 파도가 되어 우리의 삶을 다른 모습으로 바꿔 버리기도 한다. 그것이 매우 사소할지라도. 이렇게 우연이 갖는 힘은 대단하다.

종합금융회사 ㈜KFG에서 재무관리사로 근무하는 강경현(49)씨에게는 몇 십 년 전 우연히 접했지만 절대 잊지 못하는 한 장면이 있다. 자신의 인생에‘나눔’이라는 씨앗을 처음 심어 준 사진. “어딘가에 갔다가 잡지를 펼쳐 봤더니, 아프리카의 한 아이가 신발도 없이 맨발로 서 있는 모습을 담은 구호단체의 사진을 봤습니다. 그것을 보니 내 어린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제주도가 많이 어려웠던 그 시절, 우리도 신발 없이 지내왔는데. 그 순간 그 아이에게 신발을 신겨 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그는 사진을 실은 구호단체에 연락해 후원을 곧바로 시작했고, 그렇게 나눔의 첫 걸음을 딛게 됐다.

강씨의 우연한 후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매달 2만~3만원이 전달되더라고요. 나에게는 ‘적은 돈’일 수 있는데, 그 친구에게는 며칠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돈이죠.” 이 같은 사실에 보람을 느낀 그는 여러 구호단체에 가입했다. 지금은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후원하고 있는지 한 번에 말하기 헷갈릴 정도로 많은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강씨가 심은 ‘나눔’은 가지를 뻗어 봉사활동까지 영역을 넓혔다. 주위의 권유로 2009년 제주청소년연합에 가입해 청소년 보호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반딧불이동행’에도 합류해 장애인들을 위해서 도 힘쓰고 있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여행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그 시각장애인에게 ‘여기는 마늘밭이고, 왼쪽에는 오름이 있습니다’ 라며 내내 풍경을 설명해준 적이 있어요. 그의 눈을 대신해주었다는 사실, 제가 그들의 일부분이 되어 어떤 역할을 대신 했던 경험은 봉사의 ‘참된 의미’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에게는 나눔에 대한 한 가지 목표가 있다. 만 50세가 되기 이전에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 “구호단체 기부를 이어 오고 있고, 지난 2월엔 고액 기부를 약속하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일회적이고 간접적이거든요. 그래서 장학재단을 만들려고 합니다”집안 사정이 어려워 마음껏 공부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직접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선한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는 뜻이죠. 제 ‘나눔의 원리’입니다” 우연히 심어진 강 씨의 나눔 싹이 이 말을 머금으며 자라는 것일까. 그 싹은 분명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향기를 내뿜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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