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간이 우선이다] <11> 일본 동경 네리마구립 어린이숲

하루노오가와 플레이파크

일본에는 다양한 플레이파크가 있다. 지난주 둘러본 하루노오가와 플레이파크도쿄도 중심부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플레이파크였다. 이번에는 도심 외곽에 위치한 플레이파크를 소개한다. 도쿄도 네리마구(練馬區)에 있는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이다.

네리마구는 도쿄도 북서쪽 끝에 있다. 그래서인지 도심이라고 하기보다는 전원적 성격이 짙다. 도쿄에서는 농경지가 가장 많이 분포된 곳이 네리마 지역이다. 농작물 가운데 무를 많이 생산해 절여서 공급하는데, 이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기자들이 찾은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은 네리마구에서는 동쪽에 자리를 틀고 있다. 동쪽으로 도로 하나만 넘으면 이타바시구(板橋區)다.

ⓒ제주매일

△네리마구청이 직접 어린이숲 만들어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은 말 그대로 네리마구청이 직접 관여해서 만들었다. 어린이숲을 만들고, 위탁 운영을 주고 있다. 감독은 네리마구청이 한다. 네리마구청은 독특하게도 구청 환경국 내에 ‘미도리추진과’가 있다. ‘미도리’는 ‘녹색’이라는 뜻이다. 도심을 숲이 가득한 초록으로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장에서 만난 미도리추진과의 와타나베 미도리사업계장은 “어릴 때부터 자연과 놀면서 자라나는 게 중요하다”며 ‘미도리’라는 이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네리마구는 도쿄에서는 외곽이어서 상대적으로 녹지가 많았다. 하지만 도심의 확장은 녹지의 축소를 가져왔다. 1971년 녹지율이 40.8%에 달하던 지역이었으나 1980년대부터는 20%대로 떨어진다. 2001년에는 20.9%로 급격하게 줄게 된다. 네리마구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녹지 늘리기 사업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네리마구 녹지율은 24.1%를 유지하고 있다. 2001년과 비교하면 15년 사이에 녹지율이 3.2% 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땅값이 만만치 않은 도쿄에서 자치구의 예산만으로 더 늘리는 건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네리마구가 택한 건 초록을 보호하는 의식 확산과 아울러, 녹지를 보존하는 민간에 지원을 하는 것이다. 네리마구의 어린이숲도 그런 과정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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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사들이면서 어린이 공간 마련

네리마구 녹지의 상당수는 사유지다. 75.1%나 된다. 네리마구는 어린이숲을 만들기 위해 사유지를 사들였다. 어린이숲 계획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도시계획결정이 내려지고 토지개발공사에서 관련 부지를 사들이는 절차를 진행했다. 사들이지 못한 사유지는 개방시켜주도록 토지주에게 요청하고, 대신 세금 감면 혜택을 줬다.

토지개발공사는 구청에서 만든 회사다. 구청에서 직접 사유지를 매입할 예산이 없기 때문에 네리마구는 토지개발공사를 통해 토지를 사들이고, 몇 년 후 세금을 모아 토지개발공사에서 확보한 공원 부지를 다시 구청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공원을 확장해오고 있다.

네리마구 토지개발공사는 어린이숲을 만들기로 도시계획 결정을 내린 2009년 그해에 관련 부지 일부를 사들였다. 네리마구청이 그 땅을 다시 사들인 건 4년 후인 2013년이다. 14억 엔이라는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어린이숲을 계획했다고 당장 실현에 옮기지는 않았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없이 들은 후에야 계획을 실행했다. 우리의 행정 방식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다.

네리마구는 2011년 어린이숲에 대한 기본구상을 하고, 그 다음해에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실시설계는 2013년에 와서야 이뤄졌다. 정비공사가 시작된 건 또다시 1년이 지난 2014년이다. 어린이숲이 정식 문을 연 건 2015년 4월 1일이다. 기본구상을 하고 나서 4년 만에 개장했고, 실시설계가 나오고 나서도 2년이 넘어서 어린이숲이 등장했다. 도시계획부터 따지면 6년이라는 세월이 걸린 셈이다. 대체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까. 이유는 있다.

어린이숲은 후다닥 만들 이유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네리마구는 아이와 엄마의 의견을 최대한 듣는 방향을 택했다. 다양한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여론을 파악했다. 어린이숲이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체험 이벤트에 참여한 이들은 3500명에 달한다. 그들이 가장 많이 원한 건 모험이었다. 특히 엄마들의 ‘모험’에 대한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와타나베 계장은 “매번 이벤트를 열 때마다 의견을 들었다. 이벤트는 공청회와는 다르다. 체험도 하면서 엄마들의 의견을 수렴하려 했다. 엄마들이 원한 게 바로 모험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어린이숲은 ‘어린이가 중심인 자연체험 놀이를 통해 숲의 풍족함을 경험하는 장소’라는 모토를 달게 됐다. 그러기 위해 어린이숲은 네리마의 원래 풍경, 숲 보전, 자유로운 놀이라는 3가지 방향성도 정하게 됐다. 밭이 많았던 네리마 지역의 이미지를 활용해서 마음껏 노는 곳임을 알게 만든다. 그걸로 그치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어릴 때 이 공간에서의 체험은 환경보전 의식을 심어준다는 원대한 뜻도 있다.

△요일별로 다양한 이벤트 만날 수 있어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은 확장을 꿈꾸고 있다. 현재 정비된 곳은 3000㎡이다. 앞으로 1만3000㎡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키위광장 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미래숲 존’, ‘자연체험 존’, ‘모험기지 존’ 등으로 넓히게 된다.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은 ‘플레이탱크’라는 단체가 위탁을 맡아 운영하고 이다. 플레이리더는 매일 4명이 투입돼 활동한다.

여기에서 “하지마”라는 단어는 없다. 대신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어린이숲은 바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해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된다.

와타나베 계장과 함께 기자를 만난 미도리추진과의 가네코 미키씨는 “여기는 농사체험도 가능하다. 다른 공원에서는 나무에 올라가면 안 되지만 나무에 올라도 되고 땅도 파도 된다. 애들끼리, 엄마들끼리 친구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며 “엄마가 숲을 보고, 하늘도 보고, 아이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지역 사람들은 이웃한 이타바시구에 가야 했다. 이제 그럴 일은 없다. 어린이숲은 자연과 모험과 교류를 강조한다. 여기서는 창조적인 놀이와 자연관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엄마들끼리의 교류와 함께 지역주민들과의 교류도 여기서는 가능하다. 도서관과 협업을 통한 행사도 이곳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요일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수요일엔 물놀이와 흙 놀이를 체험하고, 목요일은 나무와 곤충 등 자연을 배운다. 토요일은 농사체험을 한다. 이때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초청해 이뤄진다. 일요일은 굽기 체험이다. 고구마 등을 구워먹으며 불의 성질과 불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다. 땅바닥에 못을 꽂는 놀이도 있다. 올해 6월과 7월 두 차례 못 꽂기 대회가 열려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네리마구엔 모두 8곳의 플레이파크가 있다. 대부분은 공원에 포함된 곳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숲 공원은 네리마구가 직접 세운 곳이다. 지난해 어린이숲을 찾은 이들은 3만8019명이다. 네리마구립 어린이숲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강하다. 행정의 움직임에 주목을 해야 할 곳이라는 점이다. 녹지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어린이숲을 만들기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듣고 진행하는 절차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글, 사진=제주매일 문정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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