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간이 우선이다] <16>제주지역의 과제(2)

물·모래·나무…놀이 고안할 자연 재료 많은 곳
도전과 모험정신 기를 수 있는 놀이시설도 중요 
한여름에도 아이들 놀 수 있고 집과도 가까워야
본지 ‘즐거울 놀이터 설계안 공모’…내달 15일까지

 

▲ 하루노오가와 플레이파크. 기존 공원을 활용했다. 나무가 있고, 흙이 있다.
▲ 산 기슭에 설치된 놀이터. 기존에 나무들이 천연 가림 막이 되어 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만들어준다. 서울시 도봉구의 뚝딱뚝딱 모험놀이터의 모습.

앞서 우리는 순천·서울 등 국내와, 일본 동경의 여러 모험놀이터를 통해 ‘놀이터’를 바꾸기 위한 노력들을 살폈다. 이들은 하나같이 ‘놀이터다운 놀이터가 아이들의 성장과 지역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우리도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 우리 동네에는 어떤 놀이터가 필요할까. 내가 사는 마을에는 어떤 놀이터가 있으면 좋을까.

△좋은 놀이터의 조건
앞서 우리가 만난, 소위 ‘아이들에게 인기 만발’인 놀이터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물, 돌, 모래, 나무 등 아이들이 원초적으로 좋아하는 자연물들이 많은 곳이 대표적이다. 자연물이 많은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놀이를 고안할 수 있다. 서로 역할을 나누고 대행하는 소꿉놀이와 모래성 쌓기, 곤충채집, 열매따기 등 짓기, 꾸미기 등의 창조적 경험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놀이시설로 단조롭게 꾸며진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육체행위’를 통한 신체발달만 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창조적 경험이 가능한 ‘인지활동형 놀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도전과 모험정신을 기를 수 있는 놀이시설도 인기다. 이런 곳에서는 오르기 등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활동들이 가능하고, 스스로 놀이를 계획하고 책임을 지는 방식을 통해 자기주도적인 활동 패턴을 익혀나갈 수 있다. 신체를 활용한 도전과 모험 활동은 아이들의 정신과 감성에 활력을 주고, 잠재된 파괴 충동을 잠재운다.

한여름 뙤약볕을 막아주는 놀이터도 좋은 놀이터의 중요한 조건이다. 도내 대부분의 놀이터(어린이공원)들은 공간 주변으로만 나무를 심는다. 그러다보니 벤치에 앉은 어른들은 그늘의 수혜를 받지만, 정작 공간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더워서 놀 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네 놀이터에는 여름에 특히 아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바닥에 깔린 탄성매트도 여름이면 뜨거운 열기를 더 강하게 뿜는다.어떤 곳에서는 아예 나무가 많은 지역에 놀이터를 조성하거나, 기능에 따라 아이들이 오래 머무는 놀이시설 위에 인공 가림 막을 설치한다.

놀이터는 충분히 커야 하고, 집에서 가까워 자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기본적인 안전을 지키고 시설물을 관리하기 위한 상주인력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다쳤을 때 기본처치를 하고 필요시 병원에 연락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아이들이 원할 때 놀이에 개입하는 일명 ‘플레이리더’의 역할도 욕심낼 수 있다. 

▲ 지난해 본지와 미디어제주가 진행한 '내가 꿈꾸는 놀이터 그리기 대회' 공모에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235점이 출품됐다.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터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 그리기 대회 최우수작. 그림 속에는 화자가 놀이터에서 해보고싶은 다양한 놀이행위가 담겨있다.

△주인공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
지난 해 본지와 미디어제주가 함께 진행한 ‘내가 꿈꾸는 놀이터 그리기 대회’에 제출된 작품을 통해서도 아이들이 어떤 놀이터를 원하는 지 엿볼 수 있다.

당시 15일이라는 길지 않은 공모기간에도 235점이 출품됐다. 이 중 225점이 초등학생들의 작품이었다. 점수를 떠나 아이들이 제출한 그림에는 공통적으로 자연물들이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했다. 바다, 개울 등의 물과 나무, 모래 등이 매 작품마다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장전초 배수아 양의 작품에는 특히 많은 아이들이 등장했다. 모래를 파 땅굴로 들어간 아이, 바닷 속을 걷는 아이, 반딧불을 보는 아이, 땅굴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 망원경으로 먼 곳을 살피는 탐험가들도 있고, 사다리를 타고 나무에 올라 무언가를 채집하는 사냥꾼의 후예도 보였다.

지난 해 이 대회 심사를 맡은 어른들(미술인, 건축인, 교육가)은 “지금의 놀이터에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 괴리는 놀이터를 만들 때 아이들의 생각을 어른들이 묻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사각형의 대지에 고무매트와 복합놀이시설을 설치하고 벤치와 나무를 둘러 심은 도내 대부분의 놀이터에는 이처럼 택지개발을 추진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무미건조한 시각이 들어있다. 아울러 이는 마을에 들어서는 놀이터에 대해 우리 어른들이 아무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짓는 많은 놀이터들은 대부분 공식절차를 통해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 아이들의 감리를 받는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놀 곳이기 때문이다.

▲ 순천시는 놀이터에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위해 지난 2015년 기적의 놀이터 1호 제작에 앞서 아이들과 1박2일 디자인 캠프를 진행했다. '놀이가 아이를 바꾼다'에서 발췌.

△전문가들이 만든 놀이터 설계안은
지난해 ‘내가 꿈꾸는 놀이터 그리기 대회’를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들었던 ‘제주매일’과 ‘미디어제주’가 올해는 전문가들의 설계안을 공모한다.

기간은 오는 12월 15일까지 도내 건축사사무소를 대상으로 한다. 인공시설을 최소화하고 자연 재료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큰 틀에서 학교나 공원에 적용할 수 있는 제주형 놀이터 디자인을 제출하면 된다. 평가항목은 ▲재미(40점) ▲안전(20점) ▲자연성(20점) ▲독립성(20점)이다.

공모 요강에 제시된 공원 부지(공사 예산 10억 원 이내 면적 2000~3000㎡)와 학교 부지(공사 예산 5억 원 이내) 4곳 중 한 곳을 선정해 배치도와 조감도(스케치도 가능), 설계 설명서를 각 1부씩 제출하면 된다.

자, 지금부터 상상해보자. 우리 동네엔 어떤 놀이터가 필요할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놀이터가 집 가까이에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윤택해질까. 또 그곳에서 만나는 이웃 엄마들과는 얼마나 가까워질까.

이번 설계 공모사업 응모 안은 미디어제주 본사를 방문하거나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문의=064-725-3456/mediajeju@mediajeju.com.  <문정임 제주매일 기자, 김형훈 미디어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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