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 전통문화예술 1번지를 꿈꾼다①
지난해부터 석공예·목공예 등 운영…첫해만 2만 명 넘게 참여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돌하르방·대형 설문대할망 옷 제작 눈길

제주의 모든 곳을 담고 있는 곳이라고 감히 말한다. 설문대할망 창조신화를 바탕으로 제주를 응축해 놓은 제주돌문화공원은 보는 곳에만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손끝으로 만져보면서 만끽하는 ‘체험형 콘텐츠’로 한껏 그 깊이를 채워가고 있다.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문화 예술의 장으로 제주돌문화공원을 재조명한다. [편집자주]

 

강이영·심영씨 두 자매가 제주돌문화공원 돌한마을에서 진행된 제주전통문화체험 목공예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살레 만들기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다.
강이영·심영씨 두 자매가 제주돌문화공원 돌한마을에서 진행된 제주전통문화체험 목공예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 살레 만들기 마지막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 콩을 수확하는 날인데 남편한테 일을 맡겨놓고 전 살레 완성하러 왔어요. 1년 농사의 결실을 지켜보는 일과 맞바꾼 살레에요.”

강이영씨는 가을볕이 좋은 지난 26일 가을 바람따라 살랑이는 코스모스를 배경으로 둔 제주돌문화공원 제주전통초가마을 ‘돌한마을’에서 사포를 들고 살레(제주의 찬장) 구석구석을 다듬고 있었다.

매주 수·목요일마다 진행한 목공예 프로그램에서는 제주지역에서 사용했던 찬장인 살레를 만들었다. 이날은 목공예 체험의 다섯 번째 시간이자 마지막 교육이 있는 날로 수업이 끝나면 이달 초부터 만들었던 살레를 가지고 돌아가는 보람된 날이다.

언니와 함께 목공예 체험을 했던 강심영씨는 “전 컴퓨터에 제주돌문화공원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즐겨찾기에 걸어두고 수시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다가 신청에 성공했다”면서 “신청은 지난 3월에 하고 지금에서야 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레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샌딩작업이 지겨울 만도 한데 내내 싱글벙글 웃는 두 자매는 손수 만든 살레를 오늘 집 안에 들인다는 생각에 힘들 겨를이 없다.

“지금 만드는 살레나 제주초가의 문은 조금 달라요. 여닫이문이지만 닫힐 때 양쪽 문이 딱 맞게 들어맞지 않고 양문이 겹치도록 돼 있는데 이게 모두 비바람이 강한 제주에서 비가 들어오지 않도록 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제주지역 부엌이 맨 바닥이어서 습했기 때문에 살레의 다리를 길게 만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이는 강씨 두 자녀는 제주의 전통생활방식을 배우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

동생 강씨는 “사실은 제주에 살면서도 돌문화공원에 한 번도 안 와 봤다”면서 “전통체험도 너무 유익했지만 나중에 애들이랑 꼭 나들이 오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철마다 노란 유채꽃과 수국, 메밀, 코스모스가 ‘푸른여백’ 곶자왈과 그림처럼 펼쳐지는 제주돌문화공원은 30만평의 어마어마한 대지를 제주생성과 제주인류문화의 뿌리가 되는 돌문화를 집대성한 역사와 문화의 공간이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지난 2006년 1차 개관 당시 선보인 제주돌박물관과 제주돌문화전시관, 용암석전시관(어머니의방)에 이어 2010년 오백장군갤러리가 문을 열고, 그로부터 또 2년 뒤인 2012년에는 제주전통초가마을이 개장하며 차근차근 성을 짓듯 완성되고 있다. 이제 그 마지막 단계로 설문대할망전시관 개관만 1년 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단 한 번의 방문으로는 제주돌문화공원을 가 봤다고 할 수 없다. 단순히 규모면에서만 봐도 하루에 다 돌아볼 수 없다. 안 가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천천히 음미하고 돌아보며 제주의 매력을 만끽하는 최적의 장소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제주전통초가마을 돌한마을에서 1일체험으로 진행되고 있는 냄비받침 체험 모습.
제주전통초가마을 돌한마을에서 1일체험으로 진행되고 있는 냄비받침 체험 모습.

특히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2023~2024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됐고 공립박물관 평가 3년 연속 인증을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서 나아가 제주사람들이 살던 모습을 미뤄 짐작해보고 체험해보는 제주전통문화체험이 상설 운영되고 있다. 각 체험교육 강사들은 석예명장, 예술문화명인, 한국무형문화재기능인 등으로 구성돼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제주문화 하나를 알려주더라도 제대로 배울 수 있게 했다.

가장 제주적인 곳에서 제주를 제대로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제주돌문화공원사업단(단장 문병혁)이 위탁하고 있는 제주민속·문화 등을 아우르는 전통체험프로그램은 △석공예 △목공예 △죽공예 △정동공예 △한지줌치공예 △신화예술공연 △설문대할망옷 만들기 및 감물염색 △제주돌담과 소원탑 쌓기 △돌문화 제주어왓 △제주전통음식 및 전통놀이 △우영팟 체험 등 총 10여 가지에 이른다.

석공예 체험에서는 제주의 상징인 돌하르방의 역사적 의미와 현재 위치를 알고 원래 제주읍성 동문 밖에 세워졌던 돌하르방 1기를 재현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명주 1동이 부족해 미완이 되어버린 설문대할망 옷이 가진 의미에 대해 알아보고 한복명인의 지도 아래 직접 바느질에 참여해 1만분의 1 크기로 설문대할망옷 1벌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에 걸쳐 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돌하르방 만들기와 설문대할망옷 만들기의 작가는 제주돌문화공원을 방문한 체험객 한 명 한 명이 모두 참여 작가로 제작자 명단에 올라간다는 점이다.

전통문화체험 첫 해만 모두 2만1149명이 참여했다.

제주돌문화공원사업소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전통문화체험프로그램에는 첫 해만 모두 2만1149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목공예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제주돌문화공원사업소가 지난해부터 진행하는 전통문화체험프로그램에는 첫 해만 모두 2만1149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목공예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교육이 진행되는 장소도 제주건축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통초가마을 ‘돌한마을’이다. 15가구에 49채의 초가가 건립된 이곳은 실제 제주의 한 마을을 재현해놓은 듯한 편안한 느낌으로 전통체험의 의미를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실제 제주돌문화공원사업단이 전통문화체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391명의 99%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의 전통문화를 알게 됐다는 긍정 평가를 했다.

서울에서 친목회원들끼리 방문했다는 김정희씨는 “세 거리집에서 달고나 만들기와 굴렁쇠 굴리기, 비석치기 등 오랜만에 어린 시절도 돌아간 느낌이었다”면서 “제주적인 자연에서 제주사람들의 삶을 생각하 있다보니 내가 이미 제주사람인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이 기사는 제주돌문화공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비움과 채움이 있는 어머니 품 같은 곳”

제주돌문화공원사업단 문병혁 단장

 

문병택 단장
문병혁 단장

“점점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제주의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잖아요. 이대로가면 제주적인 것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제주돌문화공원 전통문화체험을 운영하고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사업단 문병혁 단장이 1회성 단순체험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완성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이유다.

죽공예를 하더라도 돌한마을 주변 대나무를 직접 베어다가 쪼개고 다듬어서 애기구덕을 직접 짜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관광객들을 위해서는 적업 부산물을 이용한 딱총이나 바람개비 만들기로 진행됐다.

“말고 소를 모는 테우리들은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쓰던 정동벌립이나 밭일을 하면서도 젖먹이를 눕혀 데리고 갔던 애기구덕들은 모두 과거 제주사람들의 삶 자체잖아요. 정동벌립을 만들고 애기구덕을 짜는 기술을 이어가는 것은 제주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문 단장은 제주돌문화공원에 조성된 돌한마을이야말로 제주의 생활원형을 보존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주장한다.

문 단장은 “자연을 보면서 마음속 시름을 다 토해내고 제주의 것을 배우면서 채우는 49동의 초가가 있는 돌한마을은 어머니 품처럼 그냥 편안한 곳”이라면서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제주돌문화공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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