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 전통문화예술 1번지를 꿈꾼다 ②
무용·연극·대형 콘서트 등 장르 불문 국내외 행사 개최지로 ‘인기’
제주에코뮤직페스티벌에는 1만4000명 몰리며 새로운 가능성 시사

하늘정원 오백장군 군상 등은 가장 순수한 몸짓인 ‘즉흥춤’을 만나 아티스트들에게 창작의욕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은 제주국제즉흥춤축제의 공연의 한 장면.
하늘정원 오백장군 군상 등은 가장 순수한 몸짓인 ‘즉흥춤’을 만나 아티스트들에게 창작의욕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은 제주국제즉흥춤축제의 공연의 한 장면.

눈이 부신 파란 하늘과 초록 잔디를 배경으로 첼로와 바이올린 연주가 흘러 나오고, 음악에 맞춰 바람에 나부끼듯 퍼포머들이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사람들의 ‘어떤 기억’을 만나 눈물을 만들고 ‘배시시’ 웃음 웃게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물기를 머금은 동작들이 가슴속 밑바닥 영혼까지 울린다. 그렇게 몸 밖으로 꺼내진 감정들은 이내 정화되고 만다.

가장 순수하고 솔직한 몸짓, 즉흥(improvisation)이 제주돌문화공원을 무대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즉흥은 창작 주체자가 무의식으로부터 이미지를 끌어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무용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한 공연의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 2016년부터 매년 5월이 되면 제주돌문화공원에서는 제주국제즉흥춤축제가 열린다.

규격화된 공연 형식에서 벗어난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몸짓은 자연 생태와 만나면 그 창의성이 무한대로 발화된다는 점이 제주돌문화공원이 매년 즉흥춤의 ‘단골 무대’가 됐다.

설문대할망을 비롯한 제주 창조신화와 원시 자연의 매력, 제주 사람들의 얼이 스며있는 문화유산 등은 예술가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물은 30만평 곶자왈 대지 위에 만들어진 제주돌문화공원을 채우는 콘텐츠가 되고 관람객을 발길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제주시내권에서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리는 행사가 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제주돌문화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KBS·한전 음악콩쿠르 스페셜콘서트를 비롯해 음악극 ‘세여자 이야기’, 어린이뮤지컬 ‘미녀와 야수’ 등 10여 개의 문화예술이 공연됐고 5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힐링 스톤즈 뮤직콘서트도 6월과 10월에 개최됐다.

올해도 제8회 제주국제즉흥춤축제를 비롯해 서초 봄 주니어오케스트라의 ‘찾아가는 음악회’,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의 프로그램으로 ‘탐나는 연극’ 등이 열린 데 이어 해질녘 여름 버스킹 공연 등 자체 행사를 통해 제주돌문화공원이 문화예술의 장으로서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이 오백장군갤러리를 활용한 기획전시 개최로 시각예술의 ‘펼침 장’으로도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공생·공존 그리고 번영’ 등 4개의 기획전시를 통해 3만6174명이 전시를 관람했고 올해는 진한 먹과 물을 섞지 않은 붓으로 제주의 자연을 그린 유창훈 작가의 ‘제주풍류도’ 등 2개의 기획전을 통해 지난 8월 말까지 관람객 7만9472명이 다녀가며 지난해 보다 두 배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달 말까지 열리는 제주도립미술관의 2023국제특별전 ‘이주하는 인간_호모 미그라티오’, 이에 앞서 올해 초까지 열렸던 제주비엔날레 등 대규모 국제미술행사에서도 제주돌문화공원은 이제 빠지지 않는 전시장으로 리스트업 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6월 제주돌문화공원에서 개최한 제주에코뮤지페스티벌에는 1만4000여 명이 몰렸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지난 6월 제주돌문화공원에서 개최한 제주에코뮤지페스티벌에는 1만4000여 명이 몰렸다.

특히 제주돌문화공원은 자연콘서트장으로 아티스트들도 선호하는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열린 제주에코뮤직페스티벌은 제주돌문화공원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에코뮤직페스티벌 콘서트는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 가운데 관객 동원 규모가 기록될 수준의 행사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주최한 이날 콘서트는 코요태와 터치드, 김승민&래원, 와이비(윤도현밴드) 등 8개 팀이 오후 3시부터 40분씩 릴레이 공연을 하며 도민과 관광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행사 주최측이 추산한 관객 수는 1만4000명이다. 이날 행사는 밤 10시가 다 돼서 끝이 났지만 행사장을 찾았던 도민과 관광객들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질서정연한 공연 관람 문화를 보여줬다.

청정 자연을 배경으로 돗자리와 캠핑의자 등을 펴고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면서 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함께 즐기는 새로운 자연콘서트의 모델을 제시했다.

제주에코뮤직페스티벌 행사 관계자 A씨는 “가수 섭외비나 돋보이게 할 장비 등 제주에서는 서울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능가할 만한 공연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활용한 행사라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을 벗어난 자연을 무대로 한 음악의 힘은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또 다른 매력이 된다”면서 “요즘은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들도 그런 공연을 선호하고 그런 점에서 제주돌문화공원은 새로운 공연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제주 돌문화 공원과 공동 기획했습니다.>
 

 

 

“제주자연과 즉흥춤의 결합, 얼어있는 문화유산 녹이는 일 ”

장광열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장광열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장광열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제주돌문화공원에 즉흥이란 예술콘텐츠를 결합시키는 일은 냉동고에 보관된 문화유산을 해동시켜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다양하게 공유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즉흥춤=제주돌문화공원’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내고있는 장광열 제주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무용평론가이자 숙명여대 무용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장 감독은 23년 전 서울국제즉흥춤축제(Simpo)를 시작으로 외국의 전문 아티스트와 안무가 등을 초청해 국내에 다양한 즉흥 공연을 소개해 오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6년부터는 제주국제즉흥춤축제(Jimpro)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하고 있는 즉흥춤축제를 왜 또 하느냐는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제주에서는 자연환경을 접목한 생태즉흥이라는 새로운 컨셉이다.

제주국제즉흥춤축제가 올해 8회까지 열리는 동안 해외에서는 네덜란드와 스페인, 일본, 미국, 모로코 등 25개 국 60여 명이 참여했다.

그는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이 SNS에 남긴 사진과 영상, 후기는 제주돌문화공원을 세계로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제주국제즉흥춤축제는 공모를 통해 경쟁을 통해 참가자를 선정하는데 매년 축제 신청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공연과 그 공연을 통해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다시보기’는 문화예술을 입은 제주돌문화공원의 새로운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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