⓵1명도 소외받지 않는 촘촘한 설계

기존의 등급·저소득층 중심 탈피 틈새·긴급 돌봄 이용 가능
정서적인 지원도 큰 역할…제주도 “더 많은 도민이 누려야”

제주형 통합돌봄 서비스가 10월부터 시행 중이다. [사진=제주도]
제주형 통합돌봄 서비스가 10월부터 시행 중이다. [사진=제주도]

제주도는 이달부터 ‘제주형 통합돌봄’을 시행하고 있다. ‘도민 1명도 소외되지 않는 촘촘한 돌봄 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기존 돌봄에 ‘틈새 돌봄’과 ‘긴급 돌봄’까지 더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통합돌봄이기에 여느 정책보다도 관심과 기대가 큰 통합돌봄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주형 통합돌봄은 돌봄이 필요한 계층들이 다양해지는 만큼 행정의 역할 또한 넓어지고 있어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기존 돌봄제도의 경우 등급을 받지 않으면, 저소득층이 아니면 이를 이용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A씨(남·79)와 B씨(여·73) 부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씨는 지난 6월경 낙상사고 때문에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부축 없이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런데, B씨도 최근 낙상사고로 발가락과 꼬리뼈가 골절되면서 거동이 불편해졌다.

자녀 1명이 같이 살고 있지만 척추장애자이고 낮에는 일을 해야 하기에 이들 부부는 정상적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었다.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려 했지만 등급 판정을 받으려면 일정한 시간이 걸리기에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

결국엔 읍면동 담당자가 전화상담 후 이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여러 상황들을 살펴본 뒤에 가사 지원과 식사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담당자에게 “장기요양등급이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 지내야 하나 걱정이 많았다”며 “제주가치 통합돌봄으로 빠르게 방문해 식사도 배달해주고 케어도 해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청각·시각 장애인이자 뇌경색까지 앓고 있는 배우자를 돌보던 C씨(여·70대)는 지난 7월 어깨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50년간 시달리던 어깨 통증이 사라진 것은 잠시, 수술 이후 한 팔로 배우자를 돌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자녀가 있긴 하지만 퇴근 이후 잠깐씩 들러서 도와주는 정도이다 보니 C씨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C씨는 이에 주민센터에서 돌봄서비스 상담을 받고 긴급돌봄 서비스를 신청했다.

신청 4일만에 도우미들이 가사는 물론 C씨 부부의 신체활동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공했다. C씨는 “혼자서는 병뚜껑도 못 따던 상황이었는데, 집안일과 움직이는 것도 도와주고, 심지어 친구까지 돼주니 이렇게 좋은 서비스가 없다”며 기뻐했다.

통합돌봄의 긴급돌봄은 물리적·육체적인 부분은 물론 정서적인 지원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인 D씨(남·70대)는 최근 암 진단을 받은 후 암이 전이되면서 보행에 장애를 겪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D씨에게 요양병원 입원을 권유했지만 불과 3개월 전까지 건강하던 본인이 암에 걸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은 D씨를 심리적으로 힘들게 했다.

‘내 몸 상태는 내가 더 잘 안다’며 조금이라도 더 사회에 있다가 마음의 정리를 하고 요양병원에 가고 싶어하던 D씨에게는 누구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다.

퇴원 후 혼자서 가사일을 하기 힘든 돌봄 공백은 통합돌봄 서비스가 채웠다. 파견된 돌봄 인력은 D씨와 함께 집안일을 하고 물품을 정리했다. D씨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주며 정서적 교류를 통해 D씨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제주형 통합돌봄 서비스는 수혜자들에게 심리적인 지원 역할도 톡톡히 한다. 사진은 서비스 제공자가 식사배달에 대해 받은 감사 쪽지. [사진=제주도]
제주형 통합돌봄 서비스는 수혜자들에게 심리적인 지원 역할도 톡톡히 한다. 사진은 서비스 제공자가 식사배달에 대해 받은 감사 쪽지. [사진=제주도]

평소 거동이 불편하고 사회활동이 힘들어 우울증을 많이 앓는 장애인들도 통합돌봄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E씨(여·50대)는 기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중단된 뒤 다른 활동지원사가 매칭되기까지 돌봄 공백이 생겼다.

지속적으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상당 기간 병원에 가지 못한 E씨는 너무 힘든 나머지 자꾸 ‘우울하다, 죽고 싶다’는 표현을 했다.

이에 읍면동 담당자는 서비스 제공인력 파견 시 E씨의 상황을 사전 안내하고 정서적인 지지와 응원, 말벗 등 친구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했다.

E씨는 이에 대해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웃지도 않고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었는데, 요새는 서비스 제공인력이 방문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호응했다. 담당 인력도 “돌봄서비스가 단순한 가사 활동 지원을 넘어 한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통합돌봄 서비스는 가장 간단한 식사 지원부터 가능하다. F씨(69·남)의 사례가 그렇다.

기초수급자이자 독거노인가구인 F씨는 평소 식사도 불규칙적으로 하면서도 대부분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 위주로 때우면서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혼자 살다보니 재료를 사와도 제대로 된 음식을 해먹지 못하면서 갈수록 건강이 나빠졌다.

이를 알게 된 읍면동의 담당자는 F씨를 직접 방문해 생활실태를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식사제공 서비스를 포함한 돌봄계획을 수립해 제공기관에 의뢰했다. F씨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주도는 이러한 통합돌봄을 더 많은 도민들이 부담없이 이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C씨의 경우 돌봄서비스를 처음 제공받으면서 “낯선 사람이 집에 와서 내가 할 일을 대신해 줘야 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조금 두렵고 낯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제주도는 통합돌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용하면 복지가 더 튼튼해지고 더 건강해지며 의료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도 재정 여건이 더욱 튼튼해지고, 이를 새로운 복지 서비스로 확대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보다 건강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용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공동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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