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도민 바다환경보전 의식제고 사업]
[2023 제주바다사랑 공모전] ⑱ 최우수상 김현민 학생

코미디 영화 장면같은 필치 속 오염된 공간으로 묘사
겨울 북서풍에 제주해변 곳곳 해양쓰레기 가득 ‘암울’

김현민 학생의 최우수상 수상작 ‘제주 바다게를 지켜주세요’.
김현민 학생의 최우수상 수상작 ‘제주 바다게를 지켜주세요’.

제주매일이 시행하는 범도민 바다환경보전 의식제고 사업의 일환인 ‘2023 제주바다사랑 공모전’ 상위 수상작 중 김현민 학생(재릉초 2년)의 작품(제주 바다게를 지켜주세요)은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보던 장면 같다.

화면 속 등장하는 아이들은 무언가에 깜짝 놀란 자세와 표정으로 등장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이 그렸음직한 필치와 색감이 묻어난다. 얼핏 보면 코미디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무언가에 깜짝 놀란 것이다.

김군이 그려낸 바다생물은 자세히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 해변에 놓인 소라껍질도, 물고기도 모양이 왠지 기형적이다. 바다에 있는 물고기도 무언가 공포영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이 기괴하기만 하다.

왜 이런 상황이 된 것인지 이유는 다른 배경을 들여다보면 짐작할 수 있다. 화면 뒤쪽의 바다에 떠있는 선박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의 물질은 김군이 “바다 가면 많이 봤다”는 게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이를 종합하면 김군이 바다에 갈 때마다 보는 게에게 악영향을 미칠 오염이 제주바다에서 진행되고 있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깜짝 놀란 장면을 그림으로 풀어낸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바다에 가면 기분이 좋다”는 김군의 눈에도 제주도 해안 곳곳을 장악한 해양쓰레기는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다.

다른 수상자들과 마찬가지로 김군도 깨끗한 제주바다를 지키기 위해 도민이나 관광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수거하자”고 말했다.

제주해안에선 다양한 ‘깅이(게)’를 구경할 수 있다. 사람이 다가가면 급한 걸음으로 도망가는 것을 볼 수 있고, 조그만 돌을 뒤집으면 삽시간에 사라지기도 한다. 엄마와 함께 해변을 찾은 아이들은 굳이 이를 쫓아가서는 기어코 플라스틱병 속에 잡아넣기도 한다.

2023 제주바다사랑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김현민 학생.
2023 제주바다사랑 공모전 최우수상을 받은 김현민 학생.

하지만, 요즘처럼 북서풍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제주도 서부 해변은 게보다 해양쓰레기를 마주치기가 더 쉽다. 제주도 해안을 청소하는 자원봉사 단체들도 그만큼 더 바빠지는 시간이다.

㈔세이브제주바다가 최근 SNS에 올린 사진의 해안에는 온통 쓰레기로 가득하다.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몰려든 쓰레기를 10명도 되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이 치우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바빠지는 연말연시, 자원봉사자 구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에는 미취학 아동으로 보이는 여자애 1명도 있다. 자그마한 몸이지만 어른들과 함께, 당당히, 플라스틱 쓰레기를 들고 나르는 모습은 자랑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들기도 한다.

이들의 손을 거쳐 수거된 해양쓰레기는 마대자루만 30개가 넘어 보인다. 부표와 컨테이너 등 각종 플라스틱 해양쓰레기도 수북이 쌓였다.

제주의 겨울바다는 이제 시작이다. 바람이 좀 세게 불었다 싶으면 다음날 해변엔 해양쓰레기 밭이 펼쳐진다. 이때부터 바다지킴이와 해안정화활동 자원봉사단체 활동가들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기 마련이다.

찬바람에 대비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시작을 하지만 쓰레기를 줍다보면 어느새 온몸이 땀에 젖고, 그 상태로 정신없이 해양쓰레기를 정리하다 보면 2~3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기가 일쑤다.

이들의 노고가 있기에 제주바다는 김군이 좋아하는 게도 자유롭게 노닐 수 있고 기형인 물고기가 아닌, 귀여운 물고기들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공간으로 계속 남을 수 있다.

이번 제주바다사랑 공모전의 수상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쓰레기는 버리지 말고, 보이는 쓰레기는 줍자”를 생활화하면 제주바다는 아이들이 꿈꾸는 대로 아름답고 푸른 생물이 다양한 천국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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