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항쟁 75주년 강정마을 4·3길 답사 ⓷서봉호 소령 기념비
강정초 옆 매머루 동산은 아비규환 학살지 흔적도 없어
“미래세대 배움터엔 서봉호 기념비…역사 바로 가르쳐야”

강정초등학교 교정에 ‘서봉호 육군 소령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강정초등학교 교정에 ‘서봉호 육군 소령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지난 16일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강정마을4·3순례 차 방문한 강정초등학교 교정에는 ‘서봉호 육군 소령 기념비’가 한 가운데 건립돼 있었다.

4·3 당시 중문에 주둔했던 제2연대 특별중대 중대장인 서봉호가 강정초등학교 교실 확장을 위해 한라산 나무벌목을 허락해줬다는 이유로 마을주민들이 1964년 6월에 건립한 것이다.

서봉호 육군 소령은 바로 학교 옆 길가에 자리했던 매머루 동산 학살의 최고 책임자이자 중문 전 지역 학살사건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가장자리에는 재일동포들이 학교 부지 등을 기증했다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었다. 제주인의 긍지를 갖고 제주 발전과 경제적 발전에 헌신한 재일동포 보다 서봉호 소령을 우선시한 것이다.

학교 옆 비닐하우스로 뒤덮인 경작지가 매머루 동산으로 4·3당시 학살터였다. [사진 = 김진규 기자]
학교 옆 비닐하우스로 뒤덮인 경작지가 매머루 동산으로 4·3당시 학살터였다. [사진 = 김진규 기자]

매머루 동산은 이제 동산이 아니다. 강정초등학교 교정 북쪽에 매머루 동산이라는 팻말이 있다. 지금은 시설농업(비닐하우스)으로 뒤덮인 경작지가 됐지만 4·3당시 동산 일대는 으슥한 지형의 학살지였다. 매머루 동산 일대의 지번은 대천동 4550번지이며, 도로명은 말질로 188이다.

4·3학살지가 대부분 그러하듯 민가도 없는 한적한 곳이지만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4·3당시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1948년 12월 17일 이곳에서 학살된 주민들은 한결같이 고령이었다. 강정리의 강시성(67세, 여), 강시호(65) 등 9명과 도순마을의 고문옥(52세, 여), 이신생(68, 여) 등 11명은 도피자의 가족으로 몰려 학살된 장소이지만 이를 알리는 팻말도 없었다.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박진경은 4·3사건 당시 제주 주둔 사령관으로 부임하자마자 40여 일만에 제주도민 6000여 명을 체포한 공적으로 중령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며 “서봉호 역시 소위에서 2년 남짓한 시간에 소령까지 진급했다는 것은 이곳 주민들을 엄청나게 탄압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곳 학교는 미래세대들의 배움이 터다. 4·3당시 강정을 포함한 중문면에서 무려 754명이 희생됐다”며 “그런데도 학교는 이를 잘 모른다.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이런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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