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만들기[제주 다문화 현장의 목소리 듣다]
〈2〉부모와 함께하는 이중언어말하기 대회

‘국제도시’라 불리우는 제주.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국적과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2만5868명. 올해 9월 기준으로 제주에 주민등록을 마친 외국인 숫자로, 제주 전체 인구의 3.7%를 차지한다. 이와 함께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수는 총 2079명(2019년 4월 1일 기준)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처럼 점차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들이 제주 사회와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제주는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문화가 실현되고 있는지 등 현장의 목소리를 10회 걸쳐 담아본다.

'부모와 함께하는 이중언어말하기 대회'가 지난 26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부모와 함께하는 이중언어말하기 대회'가 지난 26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부끄러워 할까봐 녹색어머니회나 도서관 봉사 등 학교 행사에 더 열심히 참여합니다”

지난 26일 열린 ‘부모와 함께하는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한 외국출신 어머니가 발표한 내용이다. 이 대회는 제주국제교육원이 주최한 ‘제13회 제주글로벌다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제주학생문화원에서 개최됐다.

그는 이어 “봉사를 통해 ‘감사’를 배우고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며 “요양원에서 만난 분들은 고향 어르신 같아서 봉사를 8년째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결선진출 10팀이 나와 부모는 한국어로, 자녀들은 부모님의 언어로 이야기를 전했다. 외국출신 부모들은 새로운 문화·언어·풍습에 적응하기 위한 힘든 시기가 있었으나 가족과 사회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오히려 주변을 돕고 당당한 제주시민으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다른 참가자 또한 정착 초기의 어려움을 봉사와 함께 극복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드라마나 음악, 패션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결혼해서 생활한 한국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며 “사람들이 예의가 없다고 할까봐 한국어로 말하기가 두려웠다”고 밝혔다. “다문화센터에서 친구도 사귀고 언어를 배울 수 있어 감사하다”며 “이제는 먼저 손 내밀어 준 사회에 대한 보답과 감사의 마음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봉사를 한다”고 했다.

'부모와 함께하는 이중언어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김하은(9) 양 가족. 뒷줄 시계방향으로 아빠 김경민, 엄마 김은정, 동생 김예은 양.

일본 출신 한 엄마는 “비슷한 듯 다른 한일문화 차이를 가족과 함께 논의·분석을 통해 이해하고 즐기게 됐다”며 “한국 생활 적응이 힘들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벽을 바라봐라. 벽은 결코 높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날 부모와 함께 나와 발표하는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또박또박 부모의 언어를 잘 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하은(9) 양은 유창한 베트남어로 엄마의 나라를 소개하며 “커서 베트남과 한국을 이어주는 통역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김 양을 응원 온 아빠 김경민 씨도 “집에서는 엄마에게 베트남어를 배우고 아빠와 학교에서는 한국어로 얘기한다”며 딸을 응원했다.

올해 글로벌다문화 축제의 슬로건인 ‘다름을 넘어, 세계를 품다(Embrace Differences, Welcome the World)’와 같이 이중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은 ‘다름’이 아니라 ‘뛰어남’으로 제주의 미래를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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