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한림읍 ‘귀덕향사’
부지런한 손길로 사계절 건강함 자라나는 곳 
싱그러운 작물과 다채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영등할망이 풍요와 안녕을 안고 첫 번째로 찾아온다는 마을인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에 100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변함없는 가치를 전하는 곳 귀덕향사가 있다,

올해 5월에 개점한 귀덕향사는 마을의 자연 환경을 기반으로 한 로컬카페 및 마을 컨텐츠 체험 프로그램 운영사업으로 JDC 마을공동체 사업 21호점이다.

1920년 어렵던 시절 마을 아이들의 초등교육기관 역할을 했던 개량서당 은신의숙’, 옛 건물과 기능은 사라지고 그 터엔 새로운 건물이 세워졌지만 아이들을 보듬고 가르침을 전하던 뜻을 간직하고픈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흘러 2020'마을의 공간'이라는 본래의 뜻에 '향기로운 공간'이라는 의미를 더한 귀덕향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귀덕향사의 출발점은 지난해 마을주민들의 교류를 위해 준비한 귀덕밤마실 플리마켓이다. 이주민과 정주민의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고심한 끝에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플리마켓이 진행됐다. 마을특산물과 지역 상인들의 핸드메이드 상품들을 판매하고, 토크콘서트와 작은 음악회까지 어우러진 문화가 있는 플리마켓으로 마을의 컨텐츠로 자리 잡았다. 이를 계기로 정주민과 이주민이 서로를 인정하며 가까워졌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남근 이장은 정주민과 이주민의 화합을 위해 JDC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해 비어있는 공간인 옛 경로당 터를 탈바꿈할 것을 제안했다. 이주민 홍성아 대표와 운영진은 마을의 75% 주민이 밭농사를 하는 만큼 이를 활용한 음식을 판매해 수익을 거두면서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일석이조의 공간을 준비했다.

귀덕향사는 마을의 건강한 제철 작물로 만드는 음식과, 생생하게 살아있는 색감을 테마로 한 로컬 디자인 상품, 마을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다양한 클래스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건물은 경로당으로 쓰였던 만큼 마을 주민들이 애착과 자부심을 갖는 공간으로 외관은 건드리지 않고 내부만 실내 인테리어를 했다. 전체적인 테마는 마을에서 주로 재배하는 작물을 모티브로 했다. , 브로콜리, 양배추 등 싱그러운 연두색초록색을 중심으로, 클래스가 진행되는 라운지에 비트의 강렬한 붉은 색을 벽면 가득 담았다.

귀덕향사가 판매하고 있는 메뉴 역시 남녀노소 모두를 아우르는 마을의 밭작물을 활용한 건강한 음식으로 준비했다.

제주산 흑돼지와 비트로 만든 수제흑돼지버거와 담백한 콩 두부로 만든 채식주의자를 위한 수제콩패티버거는 패스트푸드 대표격인 햄버거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린다. 밥 메뉴를 찾는 손님들을 위한 향긋한 두부취나물비빔밥과 장조림 덮밥 역시 든든한 건강식이다. 사이드로 판매하고 있는 귀덕수제만두는 마을의 생생한 작물을 가득 담은 이곳의 인기메뉴다.

밭작물의 생생하고 풍부한 색감은 한 쪽에 마련된 상품 진열공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디자인파트진과 마을 주민들이 만든 영등할망 인형, 향초, 연필, 에코백 등 실용적인 상품들에 귀덕의 색을 전부 표현했다.

귀덕향사는 또한 시골학교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제주의 역사, 생태, 문화 등을 교육하는 제주어린이 인문학 클래스를 운영한다. 홍성아 대표가 원래 아이들을 가르쳤던 이유도 있지만, 귀덕향사가 은신의숙의 정신을 이어 받아 교육 부족을 해소하고 그 여건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도 있었다. 비정기적으로는 민화 클래스, 독서모임, 실크스크린 체험 등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강사는 내부에서 준비하거나 마을주민 중 재능이 있는 분을 모셔와 진행한다. 마을 주민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거두고 있어 프로그램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에 대해 홍성아 대표는 코로나로 많이 어려워졌지만, 앞으로의 중점 역시 마을 안에 있다. 노인분들께 평생교육도 제공하고 마을여행도 계획 해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맛있는 음식에 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의 사계절을 담고, 조용한 마을의 아이들 혹은 아이같은 어른들과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의 속 깊은 이야기와 사소한 일상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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