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서 ‘도지사 불출마’ 공식표명 치밀한 계산서 나온 발언
원 지사, 야권 후보는 ‘원희룡·유승민’ 양자 대결구도로 인식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전격적으로 차기 제주지사 선거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면서 원 지사가 야권의 대선후보로 낙점받을 수 있을지와 사퇴 시점에 제주지역 정치권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21일 오전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도의회 제394회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갑)의 대선 행보를 묻는 질의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제주도지사를 연임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에는 다른 분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자리를 빌어 공식적으로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며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 표명했다.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원 지사에게 ‘대선 올인, 차기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을 종용해 왔지만 원 지사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3선 도지사’에 더 관심이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면서 제주도정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주문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원 지사는 그동안 ‘적절한 시기에 밝히겠다’면서 답변을 회피해 왔지만 이날 도의회의 도정질문이라는 공개 석상에서 ‘차기 도지사 선거 불출마, 대선 올인’을 표명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행위로 풀이된다.
원 지사는 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긴 국민의힘이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차기 대선에서도 이길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원 지사를 만났던 주변 인사들의 전언에 의하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외에 뚜렷한 야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원희룡 아니면 유승민’이 차기 야권의 대선후보로 뽑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제 대권 후보로 ‘올인’해야 할 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 지사는 이날 답변을 통해 “제가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제주의 더 큰 제주로의 도약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다가오는 정치일정과 관련해서 노력을 쏟아야 될 부분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야권의 대선후보 선출 일정에 ‘올인’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원 지사는 특히 “앞으로 당내 경선이 11월 예정으로 6개월 정도 남아있고 내년 대선까지 10개월 정도 남아있는데 올해 1년은 조선시대 5백년만큼 긴 역사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년 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원 지사는 22일에도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을)의 사퇴시점을 묻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데 우선 자치단체장은 대선후보로 선출이 돼서 본선에 출마하려면 90일 전까지 사퇴하면 되고 12월 9일까지 자치단체장을 유지하더라도 아무 문제는 없다”면서 오는 12월 9일까지 자치단체장을 유지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음을 여러번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와관련 “여러 가지 책임 문제도 있고 제가 현재 맡아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 그리고 그로인한 당내 경선 때문에 상황이나 여건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여러 가지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고민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밝혀야 하는 때가 되면 정직하고 명명백백하게 말씀드릴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사퇴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원 지사의 말을 풀어보면 야권 대선 경선 일정과 맞물려 사퇴시점을 잡을 것이라는 의중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야권내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 보궐선거에서처럼 집권경험이 있고 전국적인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가 전체 야권의 대선후보로 뜰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정치일정에 진력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6월중에는 전당대회를 개최해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오는 11월 9일쯤 대선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이같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일정을 감안할 때 원 지사는 오는 7월 12일 예정된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을 통해 본격적인 야권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제주지역이 서울과는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여건상 지사직을 유지한 채 야권의 대선후보 경선에 매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원 지사가 이미 차기 도지사 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마당에 대선후보 선거에 ‘올인’해도 지금의 대선후보 지지율인 1%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제주와 서울을 오가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 지사는 이때문에 ‘원칙적으로는 12월9일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적절한 시기’에 (사퇴와 관련)명명백백히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점은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7월 조기사퇴설’에 무게를 두는 도내 정치권 인사들이 늘고 있다.
원 지사가 7월쯤 제주도지사직을 내려놓는다 하더라도 보궐선거는 사실상 없을 것으로 보여 내년 6월 1일 지방선거 전까지 최고 책임자없는 제주도정의 공백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