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만들기
3.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 인터뷰 Ⅰ

우리나라에 오는 이주여성은 대부분 젊은 연령대의 여성이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이주여성들이 지닌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주여성에게 안정된 일자리 제공과 자녀교육, 언어. 문화이해 등에 대한 정책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해결 과제다.

특히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부적응을 겪는 다문화 학생이 학교 부적응과 공교육 중도 탈락의 우려도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공감과 동행을 위한 다문화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제주에서 제2의 삶을 살아가는 다문화가정과 이주민들이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제주매일은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을 통해 이에 대한 해법을 듣고 2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다문화가정이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무엇인가?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장

부부 사이에 출신 국가가 다르면서 음식에서도 문화의 차이가 보인다. 남편은 한식을 좋아하고 부인은 자국 요리도 가끔 먹고 싶은데 한국에 살면 한국음식을 먹어야 된다고 고집하는 분도 있다. 입국 초기에는 음식의 부적응으로 불편함을 많이 호소한다.

자국 문화와 현지 문화의 차이에 따른 문화적 적응의 어려움과 능숙하지 못한 언어 능력으로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사이에도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한다. 의사소통 문제는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사회에 적응하는데도 어려움을 준다.

한국말의 이해 부족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어디가 아픈지 잘 설명하지 못해 남편과 같이 가야 하는 불편함과 답답함을 느낀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부모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혼란이 많다. 한국어가 미숙한 엄마와의 생활은 언어발달 지체, 학습 부진 등 기초학력 및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녀들은 학교수업의 자신감 저하와 사회적 차별로 정체성 혼란과 왕따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한글을 잘 이해하지 못해 자녀의 학교 통신문도 볼 수가 없고 신청서도 쓸 수가 없어 답답하다. 학교에서 자녀들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빠른 대처가 어렵다. 행정적인 일을 볼 때나 서류를 떼거나 상담하는 부분도 쉽지가 않다.

다문화가정 부부는 대부분 나이가 많이 차이 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집도 있다. 이주여성이 취업을 하여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집도 많다. 남편이 지병 혹은 사고로 사망해 한부모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주택이 있는 가정은 한부모가정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디에서 어떻게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 힘들게 사는 분들도 있다.

이주여성 대부분은 식당, 호텔 청소 등 서비스업종에 주로 근무하며 일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다.

그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문화가정 중심의 지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다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의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문화 정책의 핵심은 상호 수용과 인정,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국 초기에 한국말의 중요성과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구체적 방법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한국에 시집왔으니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히라고 요구만 하지 말고 상대방도 이주여성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즉, 입국 초기 조기적응프로그램과 더불어 파트너의 인식개선 교육 프로그램도 의무교육 형식으로 실시하면 좋겠다.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지원하고 있지만 물적. 인적 자원이 제한돼 혜택을 골고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니 더 확충하면 좋겠다.

다문화가정은 “모두 못사는 사람이다”이라며 무시하고 차별하는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편견과 차별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위축이 돼 상처를 받고 사회 적응에도 어려움이 있다.

읍·면·동사무소는 다문화단체와 연계해 다문화 한부모가정의 체계적인 발굴, 관리로 신속히 도움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물품 지원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일을 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했으면 좋겠다.

중도입국 엄마도 한국말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 자녀들이 어려운 한국생활을 극복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해 취직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반 아동들에게 다문화가정 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는데 필요한 이중언어 및 외국어교육, 세계시민교육, 다문화이해 교육 등을 학교교육과정에 반영해 운영하면 좋겠다.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찾지 못하거나 지원을 신청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다문화정책을 번역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 접근성을 높여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를 하면 좋겠다.

아빠, 할머니의 양육도 중요하지만 주 양육자로 엄마의 관심과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정기적인 다문화부모교육을 통해 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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