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시대 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만들기
12. “교육 공백 최소화·취업 연계 체계 시급”

김정림 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정림 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인 A군은 또래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과 같은 교실에 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A군에게 학교생활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비자발적인 제주 정착과 미숙한 한국어로 인한 정서적 위축은 학교생활의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A군은 학교 수업 내용에 대한 이해부족 등 학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일반학생과 함께 교육을 받게 되자 교실 맨 뒷자리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았다.

A군은 새로운 재혼가정 가족구성원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진학, 진로의 불확실함 등에 두려움이 컸지만 자신에게 모국어로 알려주는 사람도, 도움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결국 A군은 제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본국인 중국으로 떠났다.

A군처럼 중도입국 자녀가 제주에 정착하지 못하고 타시도 또는 홀로 모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주에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중도입국 청소년도 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중도입국 자녀는 2014년에는 49명에 불과했지만 올해(4월 기준)는 199명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가정 자녀는 한국생활 비교적 적응이 빠른데 반해, 갑작스럽게 본국에서 한국에 온 청소년은 적응에 어려움이 따른다.

다문화가정 내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중도입국 자녀를 안정적 적응과 정착을 위해 가정에서부터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재혼가정으로 이뤄진 중도입국 청소년의 부모-자녀 상호 이해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중도입국 자녀의 교육지원을 지식과 정보도 습득할 수 있는 지역사회 내 교육지원 체계 중요성이 대두된다.

김정림 다문화가정제주특별자치도협회 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도입국 자녀들은 어디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구할지 몰라 집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며 “비대면 교육으로 센터까지 문이 닫히면서 중도입국 자녀들은 공교육에서 더욱 소외됐다”고 설명했다.

김정림 사무처장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특별학급’은 다문화가정 학생의 조기 적응을 돕기 위해 15명 이내로 편성된 무학년 복식학급”이라며 “특별학급 전담교원을 배치해 운영하며 일반학급 교육과정 이수를 위한 준비과정으로 한국어교육과 문화수업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제주에서도 초기 중도입국 청소년의 교육적 공백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후기 청소년기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교육보완·취업연계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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