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빠 바라기’… 감귤 농사 힘들지만 보람
접붙이기·전정 어깨너머로 배워, 지금은 달인 수준
“남편 집안일도 잘하고 너무 착해서 사랑스러워”

아들 강지훈, 남편 강승한 씨와 함께 한경면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린 필리핀 출신 크리스티나 씨. 
아들 강지훈, 남편 강승한 씨와 함께 한경면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린 필리핀 출신 크리스티나 씨. 

친동생에게 소개할 만큼 제주가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친동생을 제주에 사는 지인에게 소개해줘 제주에 정착하게 했다. 스물둘의 나이에 제주시 한경면에 정착한 필리핀 출신 여성 아벨루스 크리스티나(34)씨는 남편 강승한 씨와 함께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제주에 도착한 이듬해인 2009년 2월 26일 아들 강지훈 군을 낳았다. 강 군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이다.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빠 바라기’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아들 지훈이는 아빠를 친구처럼 생각한다. 자기가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아빠한테 말하기도 하고 눈물작전을 펼치기도 한다”며 “개구쟁이이고 축구를 잘하는 요망진 아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그는 자신이 제주에서 농사를 짓게 될 줄이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추운 날씨에 농사짓는 게 너무 힘들었다. 심지어 너무 추워서 움직이는 것조차 싫었다”며 “그래도 지금은 농사지어서 가격을 잘 받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에서 감귤 나무 ‘접붙이기의 달인’으로 소문이 나 있다. 그는 “나무 전정이나 접붙이는데 인력 구하기가 너무 힘들고 비싸서 직접 해야겠다고 판단해 남편이 레드향, 천혜향 나무에 접붙이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익혔다”며 “남편과 함께 열심히 농사를 지은 결과 레드향은 1kg에 6000원, 천혜향은 5500원을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크리스티나의 부지런함과 쾌활한 성격을 눈여겨본 이웃 주민들은 그의 여동생을 소개해 달라고 요청했고, 제주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워 여동생을 ‘중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동생은 막내라서 밥 하는 것도 모른다고 했지만 지인이 괜찮다고 해서 결국 소개해줬다”며 “제주에 온 여동생은 저와 가까운 옆 마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여동생은 아이 셋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크리스티나 씨. 
크리스티나 씨. 

그는 감귤 농사도 하면서 틈을 내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인터뷰를 하는 당일에도 영어교육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지금 가게에 취직할 때 사장님 부부에게 ‘감귤 밭 일이 많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며 “농사는 힘이 들지만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농사일 중에 농사가 더 마음에 든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제주에서 더 빨리,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각종 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고산농협 대표로 ‘전국 다문화가족 합창대회’에 참가해 은상을 받았다. 그는 “남편, 아들과 같이 합창에 나섰는데 제주도에서 1등, 전국에서 3등을 차지했다. 가기 싫다는 남편을 억지로 끌고 가서 참가했는데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기억했다. 그는 제주어퀴즈대회에 참가해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제주에 살아보니 너무 좋은 게 많다. 사람들도 너무 잘해주고 공기도 좋다”며 “필리핀은 가족 때문에 생각나지만 사는 건 한국이 더 좋다”고 치켜세웠다.

그에게 남편은 든든한 친구이자 평생의 반려자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했는데 가정통신문이 이해가 안 돼서 남편에게 넘겨줬는데 너무 잘 도와줬다. 물론 지금도 집안일을 잘 도와준다”며 “남편이 너무 부지런해서 자랑스럽고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그에게 농협은 특별한 곳이다. 그는 “농협이 각종 프로그램과 교육행사를 많이 마련해줘서 제주생활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고산농협은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김치 만들기, 감물 염색체험, 화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는 앞으로 남편과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제주도에 계속 살 계획이다. 이젠 필리핀에서는 못 살 것 같다”며 “시간이 없고 코로나 때문에 남편과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했다. 앞으로 남편과 같이 여행을 같이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