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인터뷰 20- 캄보디아 출신 론다비 씨
따뜻한 나라 캄보디아에서 온 론다비 씨는 나이를 쓸 거면 꼭 서른아홉이라고 써달라고 했다. 1982년생인 그는 “나이 앞자리 숫자가 4보다 3이 더 낫잖아요”라고 웃음 지었다. 육 남매(오빠 2, 언니 1, 동생 2)가운데 넷째인 그는 고향을 떠나기 전 7년 동안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고, 학교 다니면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을 만큼 생활력이 강했다.
그런 그가 스물일곱, 2007년 12월 어느 날 고향을 떠나 남편 오원종 씨와 함께 수산1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12월 27일에 도착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오자마자 감기에 걸렸어요. 캄보디아도 12월이면 좀 쌀쌀한데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요”라며 “날씨도 문제였지만 캄보디아 말을 할 줄 아는 남편이 농사일을 하러 가면 말이 통하지 않는 시어머니랑 단 둘이 지내면서 좀 힘들었어요. 언젠가는 제가 감기에 걸려서 아침에 약을 먹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어머니께서 약을 먹으라고 해서 약을 또 먹은 적도 있어요”라고 기억했다.
그에게는 현재 아들 둘이 있다. 큰 아이는 6학년(오준우), 둘째가 5학년(오지우)으로 모두 수산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는 “집에 남편을 포함해 아들만 ‘셋’이라서 힘들어요. 먹는 건 여러 명인데, 만드는 건 한 명이니까요”라고 웃으며 “그래도 아이들이 어릴 때 시어머니와 올케가 육아를 많이 도와주셔서 큰 도움이 됐어요”고 고마워했다.
그는 한국에서 먹었던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담가 보려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파김치를 담갔는데 액젓과 색깔이 너무 비슷한 간장을 넣어 버렸어요. 파김치 맛을 보신 시어머니, 남편, 남편 친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잘 담갔나 보다 했는데 어느 날 행사에 갔더니 액젓을 넣는 모습을 보고 ‘뜨악’했어요”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시어머니와 남편, 남편 친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지요”라고 웃음 지었다.
그는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다양한 일을 했다. 그러다 2014년 성산일출봉농협 임원 소개로 하나로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몇 년 뒤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는 일은 쉬웠지만 ‘이주여성’이라는 고객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아 눈물을 훔치기 일쑤였다. 다행히 동료들은 그를 ‘론다비’라는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대해줬다. 그는 “일을 더 잘하고 싶은데 말이 어눌해서 고객들을 잘 응대하지 못해 속상했어요. 그런데 동료들 덕분에 지금은 잘 이겨 냈지요”라고 감사를 전했다.
특히 그는 직장 ‘언니’들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밥도 안 먹고 일을 했는데, 반찬코너 언니가 비빔밥을 해서 가져다주셨어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밥 먹고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고마웠어요”라며 “저 원래 밥 좋아해요, 그래서 밥도 두 그릇이나 먹는 걸요”라고 환하게 웃었다.
아프면 된장국 생각 간절… 삼춘들이 끓인 몸국 ‘엄지척’
김치 직접 담가, 직접 만든 양념게장은 아이들에게 인기
제주에 도착했을 당시 너무 기름지고 밥에 찰기가 많아서 입에 맞지 않았던 제주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찾아서 먹고 있다. 그는 “결혼한 직후 큰 시누이가 집에 와서 두루치기를 해놓고 갔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동네 행사 때마다 삼촌들이 끓이는 몸국은 없어서 못 먹을 정도”라며 “지금은 모든 김치를 담글 줄 알아요. 다행히 아이들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양념게장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오일장에서 파는 것보다 더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어요.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몸이 아프면 된장국이 먹고 싶더라고요”라며 “그래서 주변 언니들이 ‘너는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사람’이라고 놀리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성산읍 수산리가 조용해서 좋다. 물론 사람과 공기가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남편은 아이들이 크면 제주시에 가서 살자고 하는데 저는 싫다고 해요. 쉬는 날은 아이들이랑 올레길, 오름을 다녀요. 조용한 분위기와 맑은 공기를 더 많이 마시고 싶어 일부러 집에서 마트까지 40분을 걸어 다니기도 해요. 이제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곳을 못 떠나겠어요”라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