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자원봉사활동 ② 변명효 한올간병봉사회장
20년간 장애인・노인 등 소외계층 만나 따스함 전파 ‘보람’ 
회원 사기 진작 위한 무대 마련 소망…가족들 지원도 감사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효(사진 오른쪽) 회장과 이경랑 부회장.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효(사진 오른쪽) 회장과 이경랑 부회장.

14일 만난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효 회장과 이경랑 부회장 얼굴엔 온화함이 가득했다. 지난 20여년간 꾸준하게 봉사활동을 해온 터일까. 변 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2002년 제주의료원에서 간병 교육을 받은 변명효 회장과 이경랑 부회장을 중심으로 회원 20여 명이 모여 봉사단체인 ‘한올간병봉사회’를 조직했다. 이경랑 부회장은 “변명효 회장님에게 봉사회 회장을 제안했는데 선뜻 수락해서 당시 교육을 받은 회원 20여 명이 의기투합해 봉사회를 만들었다”고 기억했다. 변명효 회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200여 명이 활동하다가 현재는 150여 명이 봉사활동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간병사가 90여 명, 나머지는 일반 봉사자들이다. 변명효 회장과 이경랑 부회장은 20년간 봉사활동을 함께해 온 ‘동지’다.

한올간병봉사회 활동 범위는 반찬 만들기부터 장애인 돌봄까지 광범위하다. 봉사회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무료간병, 반찬 배달, 관광 나들이, 이‧미용 봉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과 함께 재가 장애인들을 위한 오일장 나들이, 어버이날 행사, 김장김치 나누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효 회장.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효 회장.

변 회장은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제주사회복지협의회에서 운영하는 제3회 사회복지자원봉사자 명예의 전당에 등재되기도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은 물론 제주도지사와 제주시장 표창 등을 수상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제주매일이 주관한 ‘2016 자랑스러운 제주인상’에서 사회봉사(개인) 부문 대상을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한올간병봉사회는 다시 분주해졌다. 한 달에 일정 8개를 소화하는 등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변 회장은 “코로나19 때는 ‘방콕’ 생활을 하면서 ‘좀이 쑤셨는데’ 오히려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활력을 느끼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변 회장은 20여 년간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제주시오일장을 처음으로 방문한 장애인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변 회장은 “살면서 단 한 번도 제주시오일장을 방문한 경험이 없는 한 60대 장애인을 모시고 오일장을 갔는데 너무 즐거워 하셨다”며 “그런데 오일장 구경을 하고 난 뒤 한두 달 지나지 않아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에 너무 안쓰러웠다”고 기억했다.

한올간병봉사회 이경랑 부회장.
한올간병봉사회 이경랑 부회장.

이경란 부회장은 “지난 여름 우도에 가서 경로당을 다니며 이‧미용 봉사를 했다. 그중 장애인 한 분이 계셨는데, 머리카락도 예쁘게 잘 자르시고, 간식도 잘 드시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가셨는데, 그날 저녁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돌아가신 분의 누나로부터 ‘마지막 모습이 아주 깨끗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찡하기도 했고, 나름의 보람도 느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할 때 어려운 점은 없냐고 묻자 변 회장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람들은 ‘좋은 뜻’으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봉사를 받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불쾌해하거나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상대방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며 “그런데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하지 못해 좀 아쉽다”고 말했다.

회원들 회비로만 운영하는 한올봉사회는 가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변 회장은 “한올간병봉사회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 가운데 염색, 이미용에 가장 큰 비용이 든다”며 “특히 이‧미용 가위를 사는 데 큰돈이 들어가는데 회비로 구입하기에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올봉사회가 조직된 지 20년이 지났는데 색소폰, 민요 공연을 하는 회원들의 사기 진작과 성취감, 보람 등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데 공연장을 임대하는 등 준비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올해 못했으니 내년에라도 꼭 공연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변명효 회장은 지난 2016년 제주매일이 주관한 ‘2016 자랑스러운 제주인상’에서 사회봉사(개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변명효 회장은 지난 2016년 제주매일이 주관한 ‘2016 자랑스러운 제주인상’에서 사회봉사(개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변 회장은 자원봉사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겸손’을 꼽았다. 그는 “좋은 뜻이 있다고 하더라도 봉사활동을 막무가내로 덤벼서는 안 된다”며 “너무 교양이 있어도, 지나쳐도 안 된다.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화려한 반지와 목걸이도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족들의 이해와 지원, 성원이 없었으면 지금까지 기쁜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 회장은 “자원봉사 활동은 내 삶의 일부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람도 만나고, 즐거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봉사활동 자체가 즐겁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봉사활동을 간다고 하면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며 “가족들의 이해와 성원이 없었으면 봉사활동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 회장은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어르신들은 같이 즐겁게 웃고, 노는 게 치료가 된다고 하신다”며 “봉사활동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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