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자원봉사활동 - ⑥ 제주특별자치도 청소년활동진흥센터
도내 청소년들의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 발굴‧보급 ‘허브’ 역할
자기주도 봉사활동‧청소년 정책발굴 정책제안대회 3년째 개최

대정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해밭 봉사단 활동 모습. 
대정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해밭 봉사단 활동 모습.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센터장 강옥련)는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청소년활동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7년 9월 설립됐다. 관련 법에 따라 진흥센터는 △지역 청소년 활동의 요구에 관한 조사 △자원봉사활동 활성화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제도 지원 △인증받은 청소년수련활동의 홍보와 지원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교육과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진흥센터는 △청소년지도자 역량과 사회변화에 따른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지역중심 자기 주도 청소년활동 활성화 △청소년 역량강화 지원 등을 중점과제로 삼고 있다. 

진흥센터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업이 청소년 활동이 원만하게 이뤄지고 활성화하는데 방점이 맞춰진 ‘지원 기관’이다. 도내 청소년들이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발굴(개발)하고, 보급하는가 하면 여러 기관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기관 또는 단체들의 이해와 요구, 역할을 중간에서 조정하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진흥센터 활동은 청소년들을 위한 연중, 지속사업이 대부분을 이룬다. 

진흥센터의 모태는 ‘청소년자원봉사센터’다. 당시 정부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자원봉사 의무화’를 도입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학생들의 자원봉사 의무화를 도입했다. 당시 청소년들은 사회복지 시설, 관공서, 공공기관, 병원, 우체국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확인서를 받은 뒤 학교에 제출했다. 교사들은 각 학생의 자원봉사 활동 실적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했다.

강옥련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센터장. 
강옥련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 센터장.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교육 방향이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인성교육’,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시작된 자원봉사 활동이 축소됐다. 진흥센터에서 25년째 활동중인 강옥련 센터장은 “현재 교육시스템은 학교계획에 의한 봉사활동만 생활기록부에 반영이 되고, 스스로 한 봉사활동은 기록이 안 된다. 외부 자원봉사 기관에서 상을 받아도 생활기부에는 반영이 되지 않는다”며 “학교, 교육청, 교육부가 주관하는 것만 기록이 되니 외부 활동이 자연스럽게 축소됐다”고 말했다.

당초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은 인성교육뿐만 아니라 학교밖 교육을 통한 다양한 경험 기회 확대가 주목적이었는데 입시 위주의 공교육이 기회마저 박탈했다. 공교육이 ‘자원봉사 활동’을 등한시하는 동안 국제학교 학생들은 그룹을 이뤄 프로젝트 형식으로 꾸준하게 자원봉사를 하고있는 점을 보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강 센터장은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취지가 인성교육, 학교 밖의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이었는데 이런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며 “국제학교 아이들은 봉사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고, 내용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국제학교 아이들에게는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주는 상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배우고, 마음의 근성과 근력을 키우는데 현재의 공교육이 아이들의 자원봉사 활성화를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시대 변화 등에 따라 자원봉사센터도 2006년 명칭도 현재의 ‘청소년활동진흥센터’로 바꿨다. 명칭 변경에 따라 사업과 활동 영역이 확장 되면서 ‘자원봉사’는 여러 사업 가운데 일부로 변했다. 

진흥센터는 이에 현재는 △자기 주도 봉사활동 △비만 예방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제 컨설팅 △청소년 활동 정보 수집 및 홍보 활동 등 크고 작은 사업 200여개를 추진하고 있다. 

벽화 그리기. 
벽화 그리기. 

그중 진흥센터가 5년전부터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분야는 ‘자기 주도 봉사활동’이다. ‘진흥센터’의 모태인 ‘청소년자원봉사센터’가 역점적으로 진행한 봉사활동을 부활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강 센터장은 “설립부터 10년간 자원봉사 활동할 때면 정말 재미있었다. 명칭이 바뀌면서 자원봉사 활동 외에 더 많은 사업을 하 다보니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도 받지만 지금도 여전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특히 자기 주도 봉사활동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주도 봉사활동은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주체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진흥센터는 이 사업을 확대해 사례를 발표하는 등 도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와 함께 전국 1위를 기록 중인 도내 청소년들의 비만, 중독(도박, 스마트폰), 자살, 우울증을 해소하고,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온라인 프로그램 확산을 위한 청소년지도사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진흥센터는 특히 청소년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몸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해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독, 자살, 우울증 문제는 청소년들의 ‘안전’ 문제로 인식해 다른 기관과 MOU를 맺는가 하면 학교 현장을 직접 찾아가 안전센터를 운영하는 등 청소년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진흥센터는 현장에서 개발한 청소년 프로그램을 인증(청소년수련활동 인증제) 받는데 필요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컨설팅’ 역할도 하고 있으며, 올해 9월부터 현장에서 노동하는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와 처우를 받지 않도록 상담하는 ‘청소년 근로 보호 활동’과 학교를 방문해 교육도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은 도내 청소년 활동 전반을 관장한다. 사진 왼쪽부터 김윤철, 김희영, 현지희 팀장, 권영은, 양유미, 강옥련 센터장, 민은화 팀장, 김정훈, 이샛별 팀장. 
제주특별자치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은 도내 청소년 활동 전반을 관장한다. 사진 왼쪽부터 김윤철, 김희영, 현지희 팀장, 권영은, 양유미, 강옥련 센터장, 민은화 팀장, 김정훈, 이샛별 팀장. 

또한 최근에는 청소년 인권과 권리가 강조되면서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정책제안대회 활동도 3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연중 청소년참여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정책 과제를 발굴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진흥센터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산파’ 역할도 한다. 

강옥련 센터장은 “청소년 정책의 수혜자는 청소년인 만큼 청소년 스스로 의견을 제시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청소년이 제안한 정책을 가지고 도청 보건복지여성국장을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이석문 전 교육감을 온라인으로 만나서 청소년들이 정책을 직접 제안했다. 당시 교육감이 되게 답변을 잘해주시고, 따뜻하게 말씀을 해주셔서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진흥센터는 오영훈 지사와 김광수 교육감 인수위가 구성되자 아이들이 제안한 정책을 인수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강 센터장은 “올해 정책제안 대회에서는 추자도 청소년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위해 제주도로 나오는데 비싼 주거비용을 지원해 달라는 내용이 있었다”며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절실한 내용이었는데, 정책으로 제안을 해줘서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원하는 가족과 시설을 1대1로 매칭해 꾸준하게 봉사를 진행하는 ‘가족자원봉사단’을 운영해 2003년 전국 모범사례로 뽑혀 전국자원봉사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으며, 사랑의 열매와 함께 2박3일간 청소년 봉사캠프를 운영하며 도움이 필요한 도내 곳곳을 찾아다녔다. 

강 센터장은 청소년들의 자원봉사 흔적이 도내 곳곳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흐뭇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자기 주도 봉사활동’을 통해 강정마을 학생들이 마을 벽화를 그렸는데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했다는 소식과 청소년들이 제주시오일장과 애월읍의 한 마을에 그림을 그렸던 사례를 소개했다. 강 센터장은 “아이들의 봉사활동 흔적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도민사회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좋았다”며 “지금도 그곳에 가면 그림이 남아 있고, 특히 애월읍의 한 바닷가 방파제에 그린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보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우리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자랑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쓰레기 분리수거 활동.
쓰레기 분리수거 활동.

진흥센터는 대학생 코디네이터를 육성해 매주 주말 도내 청소년 수련시설에 보내 청소년 프로그램 진행을 돕고 있다. 아이들 호응도 높고, 지원받는 기관의 만족도가 높지만, 관련 예산과 코디네이터, 신청하는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 센터장은 “청소년 사업이 중요한 만큼 기반을 제대로 갖췄으면 좋겠다. 도내 청소년들이 어디에서든 편안하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또한 청소년들이 다양한 활동과 축제를 하고 있더라도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긍정적 인식 변화를 끌어 내도록 민관의 노력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특히 제주도 청소년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른 지역, 해외 경험에 대한 예산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며 “공부 등 여러 이유로 제주를 떠난 청소년들이 제주도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제주도와 공기업들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센터장은 자원봉사가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 삶의 변화를 통해서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게 자원봉사”라며 “자원봉사가 제도에 얽매이거나 규정돼서는 안 된다. 자원봉사의 기본정신이 삶에 녹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