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막을 수 없는 뜨거운 열기 속 입춘굿 진행
주젱이·허멩이 시연 및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구성

전날(2일)부터 내리던 비는 멈추지 않고 더욱 세차게 내리는 3일이었다. 하지만 입춘굿을 진행하는 사람들의 열성을 막지 못했다.

비가 오는 3일 공연을 위해 우비를 입고 천막을 치고 있는 자원가들.
비가 오는 3일 공연을 위해 우비를 입고 천막을 치고 있는 자원가들.

3일 제주 목 관아에서 2024 탐라국 입춘굿‘움트는 새봄 꽃피는 새날’이 진행됐다. 이날의 시작은 입춘성안기행으로 시작했다. 제주읍성을 중심으로 전근대사회의 전통신앙을 이어오던 성소(聖所)를 탐방하며 각각의 장소마다 서려 있는 내력을 헤아리는 답사프로그램이었다.

입춘 성안기행이 진행되는 동안 자원봉사자들은 목 관아 앞에 무대를 설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비를 입고 비를 맞으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에 천막을 치는 듯 굳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천냥국수를 위해 마련된 부스, 많은 사람들이 국수를 먹고 있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냥국수를 위해 마련된 부스, 많은 사람들이 국수를 먹고 있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추위와 허기를 달래주는 천냥국수는 문전성시였다. 오전임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천냥국수를 맛봤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12시 30분, 주젱이·허멩이 시연 및 체험 시간이 열렸다. 주젱이는 볏짚을 엮어서 무엇을 씌울 수 있도록 만든 물건으로 곡식이나 음식 등을 덮어씌워 눈비를 막는데 쓰였다.

허멩이를 만드는 시연자와 체험자.
허멩이를 만드는 시연자와 체험자.

허멩이는 허수아비의 제주방언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칠성새남굿 때 허멩이를 쓰는데, 허멩이에게 그 죄를 뒤집어 씌우며 환자의 병을 낫게 했다.

부군칠성의 굿 모습. 도민과 관광객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새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뤘으면 한다는 기원을 지냈다.
부군칠성의 굿 모습. 도민과 관광객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고 새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뤘으면 한다는 기원을 지냈다.

만들어진 허멩이를 세워 칠성비념으로 관청할망으로좌정한 칠성본풀이 속 부군칠성을 모시는 굿이 진행됐다. 이 굿에서도 올해 풍년이 들고, 모든 이들이 건강하길 기원했다.

아픈 사람의 죄를 뒤집어 씌워 환자의 병을 낫게 하는 허멩이가 만들어졌다.
아픈 사람의 죄를 뒤집어 씌워 환자의 병을 낫게 하는 허멩이가 만들어졌다.

이후 메밀떡을 나누며 입춘수다를 진행했는데 배우 현애란, 소리꾼 진은오, 무용가 박연술이 출연해 모두를 웃게 하는 재미있는 수다로 좌중을 웃게 했다. 이후 제주굿 창작 한마당이 이어졌는데 좋지 않은 것들을 꺾어내고, 풀어내며 세상의 풍요와 평화로움을 기원하는 예술가들의 소망을 담아냈다.

바주카타 장르와 제주 전통 굿에서 연주되는 악기의 리듬과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뺄라지다'
바주카타 장르와 제주 전통 굿에서 연주되는 악기의 리듬과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뺄라지다'

이후 봄이 오는 소리를 신나는 타악기로 표현한 ‘뺄라지다’의 공연이 있었다. 바투카다라는 생소한 음악을 연주하는 뺄라지다는 그 음악 만큼은 생소하지 않고 재미있는 공연을 펼쳤다.

비가 와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많은 도민, 관광객 등이 참여해 우산을 쓰거나 천막 아래서 새해 좋은 기운을 받았다.

한편 2024 탐라국 입춘굿은 내일(4일)을 마지막으로 올해 입춘굿을 마무리한다. 우종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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