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는 직원이 26명이다. 과를 운영하다보면 다양한 연령대와 근무하게 된다. 가족과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직원들과 복작거리며 지낸다.
특히 공무로 연결된 조직이다 보니 일상과는 다른 유형의 민감한 문제가 생긴다.
어떤 일이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우선이겠지만 조직에 해가 되지는 않는지, 감사로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지 등도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법의 테두리로만 판단하기엔 현실은 테두리밖 들판에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점은 제각각이다. 법의 조문만으로 판단하려는 경우, 현실을 법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경우, 법보다 현실과 상식의 선에서 판단하려는 경우 등 다양하다.
딱히 이것이 맞다 할 근거가 없어 결정의 순간이 미뤄진다. 그러다 문제해결은 뒷전이고 각자의 주장에 감정이 섞여 자존심의 상처로 가족처럼 느끼던 편안함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 저면에 불편함으로 남아있게 된다.
관리자로서 입장이 난처할 때다. 주민의 입장에서 결정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민원이 안 생겼으면 좋겠고 일을 간단 명료하게 신속히 처리한다는 평판을 듣고 싶어진다. 직원들의 불만은 무시한 채.
상황에 따라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걸 경험으로 알아간다. 신입자에게는 법이 만들어진 이유와 일의 순서,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자세히 알려주고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신규 직원과의 갈등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험과 업무 지식이 쌓여있는 경험자에게 발생하는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세세한 것은 담당자에게 맡기고 관리자는 그 업무 지식에 대한 백지 상태로 접근해야 한다.
선입견 없이 담당자의 의견을 묻고 근거를 확인하고 판단과 방향이 논리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자신의 과거 경험을 가지고 문제점을 접근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현실의 상황은 결코 과거와 같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공익을 우선 생각해야 하지만 미미하다면 사익을 위한 방향이라야 한다.
결국 행정은 주민 개개인에게 편익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 아니겠는가. 많은 고민과 지식이 필요하다. 관련 업무에 대한 다양한 사회 상황 또한 고려해야 한다.
행정은 양날의 검이라 생각한다.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잘못 쓰면 오히려 주민들의 삶에 독이 될 수 있다. 머리는 차갑지만 가슴은 따뜻한 행정이면 좋겠다.

